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과 실로암 탑이 무너지면서 열여덟 사람이 깔려 죽은 일들에 대해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런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당시 유다인들은 불의의 재난과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것은 그들의 죄 때문에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벌이라고 여기고 단죄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무자비한 단죄가 아닌, 죄에 대한 공평한 벌과 이를 피하기 위한 회개를 가르쳐주십니다. 이어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로 임박한 심판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회개해야 함을 촉구하십니다.
비유에서는 포도원에 심겨진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와 포도원 재배인, 포도원 주인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을, 포도원 재배인은 예수님을, 주인은 하느님을 의미합니다. 3년이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려는 주인에게 포도원 재배인은 한 해 동안의 시간적 여유를 청합니다.
포도원 재배인은 열매를 맺기까지 정성을 기울일 것을 약속합니다. 비유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회개하여 새로워지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 비유는 잠시 말미를 허락해주신 동안 반드시 회개하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그 뜻에 따라 회개로 새로워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결국 잘려 버려지게 되듯이, 회개하지 못하는 영혼도 하느님 곁에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심판의 시기를 잠시 늦추시어 회개하길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하느님 뜻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곳곳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용서를 구하지 않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회개할 줄 모르는 세태인 것 같습니다. 잘못을 인정하면 안 되는 시류인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네 탓’이라며 상대방의 죄를 들춰내기에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에서 새겨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이 모든 것을 보시며 참고 기다리신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죄와 잘못에도 악한 결과로 즉시 심판하지 않으시고, 생명을 북돋우시고 응답을 기다리십니다. 포도밭에 무화과나무가 심겨진 것을 허락하셨듯이 목적에 맞지 않아 보이는 다양성 가운데에서도 각자가 고유하게 자라고 열매 맺도록 허락하시고 기다려주십니다. 인간의 짧은 소견으로 서로를 외면하고 단죄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보시고 아시는 다양한 열매를 소중히 여기시고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어진 생의 시간 동안 자신을 잘 가꾸고 열매 맺도록 노력해 아버지 뜻을 이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기간 안에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하느님 은총 속에 살아가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뤄서는 안 됩니다. 내일이면 늦을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기다림이 끝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바로 지금이 회개의 때입니다. 주어진 기회를 소홀히 하지 않고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각자 삶에서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하느님 포도밭의 무화과나무들입니다.
사순 시기에 삶의 둘레를 파서 하느님 뜻하심의 영역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리고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나를 위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거름으로 영과 육을 튼튼하게 합시다. 그럼으로써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유익한 열매를 풍성하게 맺읍시다.

이계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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