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성생활

[사도직 현장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 믿음으로 빛나는 사람

참 빛 사랑 2025. 3. 22. 14:11
 


병실에 들어서니, 60대 형제님께서 묵주기도를 하고 계셨다. 형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의 삶과 현재의 마음을 여쭈었다. “참 열심히 사셨네요”라는 나의 말에 형제님께서는 “집사람이 보통이 아니지요. 저보다 아내가 참 열심이지요”라고 답하셨다.

“저희 어머니도 그렇지만, 아내가 정말 대단해요. 하루에 묵주기도를 100단씩 바치고, 각종 단체의 장을 맡고 있어요. 성지순례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예요. 아내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고마워요.”

“그럼 형제님,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누가 가장 큰 영향을 주셨나요?” “어머니와 장인어른이죠. 특히 장인어른은 레지오 마리애를 7개나 만들고, 400명을 입교시킨 분이에요. 늘 하느님 이야기를 하고, 하느님의 기적을 많이 체험한 분이었죠. 성령을 받으신 거예요!”

이야기가 깊어질 무렵, “지금 마음은 어떠세요?”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형제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부님,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느님께서 이제 그만 고생하고 어서 오라고 부르시는구나!’ 하는 느낌이요. 하느님께서 오라 하시면 당연히 가야지요. 제가 발버둥 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순순히 가야죠. 다만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 미련은 없어요. 하느님 곁으로 가서 아버지와 장인어른도 뵙고 싶어요. 세상 사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겠어요!”

병원에서 신자들을 만날 때면, 이 형제님처럼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게 된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놀라면서도 감탄한다. ‘아, 이분은 부활 신앙을 가지고 계시구나!’ 그런 분들은 늘 열심히 기도하시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셔서 불안과 두려움을 넘어 희망을 품게 하시는 것이다. 형제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용수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