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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너 어디 있느냐?”(김사욱 시몬, 「기후위기와 생태영성」 저자)

참 빛 사랑 2023. 6. 24. 13:00
 



창세기를 보면,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사과’를 따서 먹은 후에 하느님을 피해 숨으면서 옷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입는 옷은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서, 사과로 표현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패션 상품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유행을 따라가는 의류 패션은 대중심리와 동조한다. 2000년 이후 중산층의 소비가 늘어나 의류 생산 역시 두 배가 증가했지만, 의류 사용기간은 오히려 줄었다. 미국 CBS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의류 구매는 5배가 증가했으나 실제 옷을 입는 기간은 평균 7회로 감소하고 구매한 의류 중 40%는 쓰레기로 매립된다. 미국 앨런 맥아더 재단은 매년 발생하는 의류 쓰레기가 4700만 톤 정도인데 이 중 87%가 쓰레기로 처리된다고 한다. 특히 버려진 의류 쓰레기 중 의류용 섬유로 재활용되는 것은 고작 1%에 불과하다. 한국도 연간 6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의류 소비 및 패션 기업들의 생산에 따른 대량의 의류 재고로 대규모 의류 폐기물 발생한다.

의류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의 10%를 차지한다. 이는 항공해운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인데 이러한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의류산업은 연간 44조 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염색 과정에서 수질을 오염시켜 산업용 폐수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또한 의류 제작과정에서 원단의 15%가 자투리 천으로 버려진다. 의류 제작에 사용되는 소재는 주로 석유에서 합성하는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으로 부르는 폴리아미드 등 합성섬유가 전체 직물의 62%를 차지한다. 2015년 섬유용 폴리에스테르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석탄발전소 185곳에서 한 해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었다. 합성소재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합성소재의 세탁 과정에서 발생한 연간 100만 톤의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 바다로 흘러들어 가, 이를 먹은 생선을 통해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패스트 패션은 최근 코로나 방역 규제 대부분이 해제된 뒤에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패션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 데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젊은 세대층이 선호한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유니클로(일본), H&M(스웨덴), ZARA(스페인), GAP(미국), SPAO(한국), 탑텐(한국), 에잇세컨즈(한국) 등이 있다. 이들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2주일에서 한 달 반 안에 기획에서 판매까지 이뤄지기에 상품을 신속하게 판매하는 게 목표다. 이들은 대형매장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서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해 소비를 부추긴다. 이러한 패스트 패션 제품의 특징으로 쉽게 구매하고, 버려진다.

그러나 합성섬유가 대부분인 패스트 패션 의류들이, 환경오염이 의외로 심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저렴하고 최신 패션을 반영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뿐이다. 이러한 만족도 이면에는 저렴한 가격의 의류상품을 만들기 위해 저소득 국가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희생당하는 이들이 있다. 다시 말해 공정한 인건비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을 피해 숨어버린 아담과 하와에게 어디 있는지를 물어보셨다. 마르틴 부버는 그 물음에 대해 과거와 현재의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시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느님을 피해 숨어버린 나의 실존의 생활과 모습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모습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그 하나가 우리 스스로가 원해서 구입하는 한 벌의 옷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어떻게 왜곡시켜 나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는 일이다.



김사욱 시몬, 「기후위기와 생태영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