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노드 여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커져
세계적 신학자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독일 교회가 진행하는 ‘시노드 여정(Synodal Way)’에 다시 한 번 우려를 드러냈다.
카스퍼 추기경은 최근 한 온라인 강의에서 “독일의 시노드 여정에 반대하는 주교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독일 교회가 주교들의 반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신의 목을 부러뜨리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스로 목을 부러뜨릴 수 있어
독일 교회의 시노드 여정은 교회 구성원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교회의 위기 극복과 쇄신 방안에 관해 토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다. 얼핏 보면 지역 교회 차원의 시노드 같다. 하지만 교황청 승인을 받고 규범에 따라 진행하는 정식 시노드는 아니다. 그래서 독일 교회도 이를 ‘시노드 여정(Synodal Way)’이라고 부른다.
카스퍼 추기경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이 여정을 우려하는 이유는 상정된 안건들이 일정한 선(線)을 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동성 결합 △사제 독신 △여성 사제 서품 △교회 통치의 권한 분산 같은 안건들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세계 여러 나라 추기경과 주교 70여 명이 독일 주교회의에 공개서한을 보내 “교회 가르침에 대한 전면적 변화는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앞서 폴란드 주교회의는 강한 어조로 이 회의를 비판했다. 주교들의 우려를 요약하면,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토론을 바탕으로 도출한 공동합의적 결과들이 교황과 교회 권위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스퍼 추기경도 “이 여정의 원죄는 복음과 선교 사명에 집중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이 여정은 부분적으로 다른 기준을 갖고 독자적인 길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년 전 독일 교회가 이 회의기구를 출범하기 직전 “신앙의 침식과 퇴화가 심화하는 현실에서 복음화에 집중하라”는 요지의 19쪽 분량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이달 초 한 인터뷰에서도 “(독일 가톨릭은) 이미 복음적인 교회를 갖고 있다. 우리는 두 개의 교회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여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지적, 신학적 엘리트들에게서 나온 데다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우려했다.
교회는 상황에 맞게 재형성되는 실체 아냐
하지만 독일 주교회의는 이러한 우려에 계속 손사래를 치고 있다.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크 베칭 주교는 주교들의 보낸 공개서한에 대해 “주교들이 쓴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위를 포함해 교회 권위를 절대 훼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성경과 교회 가르침, 복음의 빛으로 해석한 시대의 징표에 기초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어떤 사회학적 이론이나 세속적 이념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여정에 참여하고 있는 주교들은 최근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고 불리는 탄원서를 받았다. 탄원서에는 ‘통과된 안건들을 이행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 카스퍼 추기경은 ‘노력’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것이야말로 꼼수이자 게으른 속임수”라고 질타했다.
또 참가자들은 △여성 사제 서품 △주교 임명 절차에 평신도 참여 △동성 결합 축복 △동성애에 대한 교회 가르침 변화 등을 제안하는 문서 초안을 통과시켰다. 카스퍼 추기경은 “교회는 상황에 맞게 재형성되거나 재구성되는 실체가 아니다”는 말로 초안 내용을 반박했다.
독일 교회는 내년에 이 여정을 모두 마치고 교황청에 종합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 10월 로마에서는 ‘공동합의성(시노달리타스)’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열린다. 독일 교회는 자신들의 의견이 주교 시노드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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