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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스리랑카 교회, 국가 부도 사태 속 극빈자 대변

참 빛 사랑 2022. 6. 30. 17:58

외환 위기로 디폴트 선언… 콜롬보대교구, 극빈가정에 구호품 전달

▲ 5월 28일 콜롬보에서 열린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에 합류한 여성 수도자들이 검은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콜롬보(스리랑카)=CNS】
 
 

스리랑카 교회가 국가 부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극빈자들을 도우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인도양의 진주’라고 불리는 스리랑카는 심각한 외환 위기에 직면해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와 시민들 폭동까지 겹쳐 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콜롬보대교구는 경제 위기에 가장 취약한 극빈 가정들을 찾아다니며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장애인 가정과 저소득층 홀몸 가정이 집중 지원 대상이다. 대교구의 중장기 지원사업 계획표에는 ‘본당 신부들은 식량 부족에 대비해 각 가정에 텃밭 가꾸기를 장려할 것’도 들어 있다. 식량 부족은 이미 현실이 됐다. 정부조차 농작물 재배를 독려하기 위해 공무원 유급 휴가제를 도입했다.

교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사회복지비 등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수입은 뚝 끊기다시피 했다. 교구와 본당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교구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주간지 ‘콜롬보 가톨릭신문’은 최근 감면 발행에 들어갔다. 편집장 카밀루스 페르난도 신부는 “지대와 인쇄비가 폭등했지만 구독료를 인상할 수 없어 감면 발행을 결정했다”며 “상황이 호전되기 전까지는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가난한 사람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을 먼저 지원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주교회의는 공동 성명을 통해 “국민들이 식량과 연료 같은 생필품도 없이 좌초됐다”며 “정치적, 경제적 위기로 인한 고통조차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끔찍한 위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정치인)은 여전히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이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러한 제도의 실패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 콜롬보에서는 경제 위기 대처에 실패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과 군경 간의 물리적 충돌도 자주 발생한다. 지난 19일 한 주유소에서 “기름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흥분한 시민들을 향해 군이 발포했다. 이날 충돌로 시민과 군인 7명이 다쳤다.

주교회의는 시민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폭력을 자제하라고 호소했다. 특히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이동권을 존중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은 “국민들은 모두 거지가 됐다”며 “집권자들이 스리랑카를 ‘아시아의 기적’으로 이끌겠다며 약속한 번영은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방식’을 견지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지난달 수요 일반알현 말미에 “(스리랑카의) 관련 당사자들이 폭력 대신 평화의 방식을 유지하기를 촉구한다”며 “아울러 책임 있는 모든 이가 인권과 시민 자유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사람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대표적 불교 국가다.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약 7%인 150만 명이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