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피신한 남성 보호하다 숨져… 시신 싣고 달아나 인도 요구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예수회 신부 2명이 6월 20일 괴한들에게 쫓기다 성당으로 피신한 남성을 보호하던 중 피살됐다.
예수회 멕시코관구는 “하비에르 모랄레스 신부(79, 사진 위)와 호아킨 살라자르 신부(80)가 북서부 치와와 주에 있는 한 성당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어 “두 신부가 멕시코에서 봉사한 햇수를 합하면 100년 가까이 된다”며 “그들이 증거한 신앙인의 삶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두 신부는 성당 안으로 뛰어들어와 숨겨달라고 애원하는 페드로라는 남성을 보호해주다 변을 당했다. 뒤쫓아온 무장 괴한들은 성당에서 그 남성을 발견하고 3명 모두에게 총을 난사했다. 범인들은 두 신부의 시신까지 차에 싣고 달아났다. 두 신부는 1970년대 초반에 사제품을 받고 줄곧 원주민들 곁에서 생활해온 고령자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치와와 주의 산악지역에 있는 시에라 타라후마라(Sierra Tarahumara)라는 곳이다. 이 지역은 미국으로 가는 마약 통로라서 마약 밀매 조직들의 영역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멕시코관구는 “시에라 타라후마라는 멕시코의 다른 지역처럼 심각한 폭력과 소외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하비에르와 호아킨 형제는 폭력에 고통받는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또 “오늘 우리 형제가 피살된 것처럼, 이 지역 주민들은 매일 부지불식간에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사회 전체를 괴롭히는 이 현실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관구는 범인들에게 두 신부의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 또 두 신부가 평화의 안식을 누리길 기원하면서 “정의와 화해, 평화를 위한 활동을 중단 없이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는 성직자 피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도 국경 도시 테카테 외곽에서 호세 살다냐 신부(57)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당국은 현장에서 호세 신부가 폭행을 당한 흔적을 찾아냈다.
특히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 집권 이후 폭력ㆍ살인 사건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A는 “오브라도르 행정부의 3년 6개월은 멕시코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 기간 살인 사건 희생자가 약 12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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