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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마웅 보 추기경, 궁지에 몰린 중국 신자들 대변에 나섰다

참 빛 사랑 2022. 6. 11. 20:55

미얀마 마웅 보 추기경, 전 홍콩교구장 첸 추기경 뒤따라 중국의 종교 자유 박해 비판

▲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
 
 

미얀마의 마웅 보 추기경이 전 홍콩교구장 조셉 첸 추기경의 뒤를 이어 중국 가톨릭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레이몬드 드 수자 신부가 주장했다. 캐나다 가톨릭 잡지 ‘콘비비움(Convivium)’ 편집자인 수자 신부는 서방 가톨릭에서 보수 논객으로 통한다.

수자 신부는 ‘궁지에 몰린 중국 가톨릭 신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등판한 보 추기경’이란 제목으로 가톨릭 매체 NCR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 ‘할 말은 하는’ 보 추기경의 행보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억압적인 중국 정부를 상대로 발언할 때 파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 추기경은 양곤대교구장이다. 올해 초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에덴동산이 골고타 언덕이 되는 십자가의 길”이라고 발언해 군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바 있다. 중화권의 대표적 반중(反中) 인사인 첸 추기경은 최근에도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났다.

수자 신부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첸 추기경 구금 외에 가톨릭교회가 우려할만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허난성 북부 신샹에서 공안이 지하교회 소속 신학교로 사용되는 공장 건물을 에워싸고 사제 7명과 신학생 10명을 연행해갔다. 보 추기경은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전역에서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이 박해받고 있다”며 “중국의 종교 자유는 문화대혁명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보 추기경은 불이익이나 탄압 대신 ‘박해’라는 표현을 썼다. 얼마 전에는 한 칼럼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보상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수자 신부는 또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인도 뭄바이대교구장)과 필리핀 출신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등 아시아의 고위 성직자들이 중국 교회 현실에 침묵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고위 성직자들은 바티칸의 뜻에 따라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첸 추기경의 영향력이 과거라면 보 추기경의 그것은 현재”라며 보 추기경이 중국 가톨릭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기대했다.

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임명한 미얀마의 첫 추기경이다. 3년 전에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으로 선출됐다. 수자 신부는 “교황의 신망이 두터운 그가 교황을 대신해 중국 관련 발언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추측일 뿐 사실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수자 신부의 지적대로 교황청이 극도로 신중하게 중국에 다가가는 것은 사실이다.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이 현재까지 시도해 왔고 계속 노력하고 있는 일은 중국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2021년 5월 4일 인터뷰)이라고 말했다. 중국 교회의 안위와 미래를 생각하면 시진핑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5월 26일 중국의 수호자이자 모든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을 기념하면서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는 중국 신자들과 사목자들의 삶과 사건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매일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잡한 상황’이란 첸 추기경 구금과 신학생 연행 같은 사건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교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주교 임명권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온 바티칸과 중국 정부는 2018년에야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문에 극적으로 서명했다. 공동 승인 절차를 밟아 주교를 임명키로 한 것이다. 이 합의야말로 침묵처럼 비칠 수도 있는 바티칸의 인내와 기다림의 결실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