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추기경 임명 이모저모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9일 발표한 새 추기경 21명 명단에는 이른바 변방 지역의 성직자들이 유례없이 많다. 선교ㆍ수도회 출신도 7명이나 된다.
추기경단은 전통적으로 유럽과 북미 교회의 대교구장급 고위 성직자들이 주를 이뤄왔다. 교황은 80세 이하 추기경들이 비밀 투표(콘클라베)를 통해 선출하기 때문에 바티칸은 서구교회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랜 전통과 체계를 뛰어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변방에서 새 추기경을 많이 발탁하면서 ‘추기경단의 얼굴’을 조용히 바꿔나가는 중이다. 교회 운영의 공동합의성을 강화하면서 교회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 쇄신 작업의 하나로 해석된다. 교황이 서구교회 주축의 추기경단을 전 세계 주교들과 연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동티모르(딜리 대교구장), 싱가포르(싱가포르 대교구장), 몽골(울란바토르 지목구장), 파라과이(아순시온 대교구장)에서 사상 처음 추기경이 나왔다. 과거 전통과 관례대로라면 이들 변방 교구의 교구장은 ‘추기경급’이 아니다. 더욱이 몽골은 교회 규모가 작고 신자 수도 적다. 추기경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교황의 시선이 아시아를 향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신임 추기경 21명 가운데 콘클라베 참여 자격이 있는 추기경은 16명인데, 아시아 출신이 6명이나 된다. 현재 추기경단에서 교황 선출권이 있는 아시아 추기경은 15명이다. 오는 8월 27일 새 추기경들의 서임식이 끝나면 이 숫자는 21명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 추기경이 전체 선거인 131명 중 16%를 차지하게 된다.
특히 아시아 추기경 가운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복음화부 장관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은 교황과 최근거리에 있다. 싱가포르 대교구장 윌리엄 썽쳬고(William Seng Chye Goh, 吳成才) 추기경은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에서 신학위원으로 활동했던 유명한 신학자다. 아시아 교회의 목소리와 신학적 전망이 보편교회에 더 잘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중심보다 변방을 먼저 살피는 교황의 통치 스타일은 인도 히데라바드 대교구장 안토니 플라(Anthony Poola)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플라 추기경은 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 계급인 달리트(Dalit) 출신 성직자다. 달리트 공동체는 오랜 세월 교회 안팎의 차별에 맞서 싸워왔다. 플라 추기경 임명은 달리트 공동체와 인도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기경단은 8월 서임식 후 229명(교황 선거인 131명)이 된다. 대륙별 분포로 보면 8월 27일 기준으로 △유럽 대륙 107명(교황 선거인 53명)△아메리카 대륙 60명(38명) △아시아 대륙 30명(20명) △아프리카 대륙 27명(17명) △오세아니아 대륙 5명(3명)이다.
한편, 2019년까지 추기경단 수석이었던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전 교황청 국무원 총리)이 5월 27일 94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소다노 추기경은 동료 추기경들을 대표하는 첫째이자 영향력 있는 외교관이었다. 소다노 추기경 선종은 추기경단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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