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자흘레에서 9년째 난민으로 살아가는 시리아 소년 마제드(12) 군이 크리스마스 소원을 빌었다.
“저희 가족같은 난민들을 생각해 주세요. 난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제드는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가 ‘그리스도인 난민 가정에게 희망을’이란 주제로 제작한 대림ㆍ성탄 캠페인 영상에서 “성탄절인데 우리 가족은 우울하다. 향수병이라고 한다. 우리는 고향을 떠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름답고 넓은 집에서 살았다는 얘기를 아빠한테 들었을 때는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마제드 가족은 2017년 가톨릭평화신문과 ACN 한국지부가 중동의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레바논 난민촌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아버지 바스만 카슈아씨는 이슬람 극단 무장조직 IS가 거리에 20명을 세워놓고 총살한 만행과 목숨을 건 피란 과정을 본보(2017년 11월 5일 자 참조)에 생생하게 증언했다.
마제드는 3살 때 아버지 등에 업혀 국경을 넘었다. 고향에서 맞이한 성탄절의 추억이 있을 리 없다. “성탄절이 되면 신자들이 성당을 아름답게 꾸미고,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환영했다”는 얘기를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을 뿐이다.
마제드의 가족은 산동네 월세방에서 산다. 그동안 아버지가 허드렛일을 해서 식량을 구해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품팔이할 곳도 없다. 마제드는 “엄마가 아프다”며 “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는 성당에서 음식을 주는 곳(무료급식소)으로 간다”고 말했다.
아버지 카슈아씨는 “레바논도 일자리가 없고, 경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진다고 아우성인데, 난민 신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교구에서 운영하는 급식소와 병원이 없었으면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은 그동안 받은 도움을 갚을 능력이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선행을 베푼 사람들을 축복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ACN은 생존의 기로에 선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마제드의 가족이 이용하는 자흘레대교구 급식소와 병원에도 지원금을 보낸다.
한편, ACN 한국지부는 성탄을 맞아 시리아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옷 한 벌(1만 5000원)과 시리아 어르신에게 전할 1년 치 사랑의 도시락(약 24만 원)을 선물할 수 있는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후원 문의: ACN 한국지부(02-796-6440), www.churchinneer.or.kr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