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인도인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황제’ 모디 총리,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인도의 나헨드라 모디 총리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옹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놓고 인도 정가와 종교계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로마에 도착한 모디 총리가 10월 30일 바티칸을 예방해 교황을 만나는 장면이다.
집권당인 국민당(BJP)은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동원해 이 사진을 적극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BJP는 극우 힌두 정당이다. 모디 총리는 ‘힌두 인도인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황제’로 불린다. 힌두인들은 물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호감을 살 수 있는 사진이다.
인도는 내년 초 선거를 앞두고 있다. BJP는 이 사진이 고아주와 케랄라주, 마니푸르주 등 그리스도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의 표심을 흔들어 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홍보 전략이 지나쳤다. 이 사진에 히틀러와 비오 12세 교황이 함께 있는 빛바랜 사진, 예복 차림의 수상과 주교관을 쓴 주교 사진을 덧붙여서 퍼뜨리고 있다. 사진 설명도 없다. 다언어 국가이다 보니 사진들이 그저 더 멀리, 더 넓게 퍼져나가길 바라는 것 같다.
인도의 반(反) 그리스도교 정서에 저항하는 사회인권단체 활동가들과 그리스도교 단체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총리와 교황이 무려 55분간 독대했는데도 회동 결과 발표 내용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폭력에 시달리는 그리스도인들 보호’, ‘종교 극단주의 비판’, ‘천민계급의 인권 존중’ 같은 발언을 교황에게 기대했을 것이다. 특히 사회 최하층민인 달리트(불가촉천민)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모디 총리가 트위터를 통해 교황을 인도에 초청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후속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두 정상 간에 오간 대화 내용은 예단할 수 없다. 교황청은 교황이 국가 정상들과 개별 면담할 때 통역 외에 아무도 배석시키지 않는다. 교황과 정상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과 간단한 브리핑은 그야말로 ‘언론 보도용’이다.
교황은 이날 모디 총리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청동 나무(올리브 가지)를 선물했다. 그 선물에는 이사야 예언서 32장 15절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마침내 하늘에서 영이 우리 위에 쏟아져 내려 광야는 과수원이 되고 과수원은 숲으로 여겨지리라.”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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