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된 ‘소베 보고서’ 1950년부터 2020년까지 교회 성학대 피해자 33만 명... 현지 정치인들 여론에 힘입어 고해성사 비밀 훼손하려 해
프랑스 주교단이 고해성사의 봉인(封印)을 풀라는 여론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950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교회에서 발생한 성학대 피해자가 33만 명에 달한다는 충격적 내용의 소베(Sauv) 보고서가 10월 5일 발표된 이후 프랑스 주교단은 과오를 성찰하면서 재발 방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교회의는 이번 가을 정기총회에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국민이 이해할만한 수준의 결의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여론을 등에 업은 정치 지도자들이 고해성사의 비밀까지 훼손하려 드는 것이다. 소베 보고서도 형법과 관련된 교회법(고해성사의 비밀 유지) 개정을 권고하고 있다. 고해실에서 참회자와 사제간에 오간 대화 내용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랭-보포르 대주교는 “고해성사의 비밀 유지는 우리를 결속시키는 것이며, 그것은 공화국 법률보다 강하다”고 반박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주교가 내무부 장관 면담 후 인터뷰에서 성학대 사실을 인지한 고해 사제는 그 내용을 경찰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이번에는 교회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주교의 동의는 왜곡과장 보도로 드러났다.
주교회의 카리네 달 대변인은 “가톨릭 당국은 고해성사 봉인에 관련된 교회 가르침과 타협할 의도가 없고, 보편교회법이 프랑스를 위해 바뀔 수도 없다”며 신자들을 안심시켰다.
대변인이 밝힌 대로 교회법과 교회 가르침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고해 사제는 말로나 다른 어떠한 방식으로도 그리고 어떤 이유로도 참회자를 조금도 발설하여서는 안 된다.”(교회법 제983조 1항) 또한 “교회 사제는 고백에서 얻은 지식을 참회자에게 해롭게 사용하는 것은 누설의 위험이 전혀 배제되더라도 절대로 금지된다.”(교회법 제984조 1항) 고해 사제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서’ 참회자의 죄를 알게 되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 내용을 들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역자를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든지 고해의 죄를 알게 된 사람은 봉인에 따른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교황청 내사원은 2019년 공지를 통해 “성사 봉인의 불가침성에 강제력을 행사하려는 모든 정치적 행위나 법적 시도는 교회의 자유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성사의 신성불가침성을 재확인한 바 있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8일 정기총회에서 소베 보고서에 담긴 권고안을 토대로 새로운 쇄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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