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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종합

착한 목자 이문희 대주교 마지막 길 애도, 영원한 안식 기원하다

참 빛 사랑 2021. 3. 25. 20:43

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 장례 미사 거행

▲ 조환길 대주교가 이문희 대주교의 관이 범어주교좌대성당으로 운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리길재 기자

▲ 이문희 대주교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군위 가톨릭묘원 성직자묘역에 안치됐다. 대구대교구 제공





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의 장례 미사가 17일 오전 10시 30분 범어주교좌대성당에서 봉헌됐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주례하고, 한국 교회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이 날 장례 미사는 여느 사제들의 장례식과 다름없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평소 검소한 삶을 산 고인의 뜻을 따른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인의 관 위에 성경과 함께 대주교를 상징하는 ‘팔리움’이 놓여 있는 것뿐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문희 대주교의 선종 소식을 듣고 슬퍼하면서 대구대교구민과 이 대주교의 선종 소식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도적 축복을 전하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조전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장엄한 장례식에 함께 하시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 어린 사랑에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영혼을 맡기셨다”고 밝혔다.

조환길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 대주교님께서는 주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 가르쳐 주신 참행복을 실제로 사신 분”이시라며 “우리에게 큰 모범을 보여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조 대주교는 이어 “우리도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대주교님을 기쁘게 만날 것을 고대한다”면서 “고인의 모범을 따라 저희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애도했다.

고별식을 주례한 최창무(전 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고 정명조 주교와 이문희 대주교 셋이서 동갑”이라며 “셋이서 자주 만나자고 했는데 다 떠나고 이제 홀로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떼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의 사상에 관해 공동 관심사를 피력했던 이병호(전 전주교구장) 주교는 “얼마 전 병석에 계신 이 대주교를 방문해 하늘나라에 가시면 두루두루 안부 전해 달라 나도 곧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웃으셨다”면서 “샤르뎅 신부의 사상이 그의 삶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장례 미사가 거행된 범어주교좌대성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신자들이 몰려왔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600명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초대장을 받지 못한 신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성당 마당에서 조용히 장례 미사에 참여했다. 장례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은 하나같이 “돌아가신 후에야 고인의 진면모를 더욱 알게 됐다”며 “하느님께서 고인에게 큰 상복을 주시리라 믿는다”고 추모했다.

정오를 조금 넘겨 이 대주교의 관이 대성당에서 운구 차량으로 옮겨졌고, 차량은 사제단과 유족을 태운 버스와 함께 서서히 성당을 벗어났다. 대주교를 떠나 보내기 못내 아쉬웠던 신자들은 운구 차량에 손을 흔들거나 묵주를 흔들면서 십자성호를 그었다.

이문희 대주교의 장지인 경북 군위군 가톨릭묘원에도 신자 300여 명이 미리 도착해 고인을 맞았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마련된 묘소는 이미 파놓은 상태였다. 사제 8명이 묘소로 운구하자 조환길 대주교가 하관 예절을 주례했다. 하관 예절은 묘지 축복, 성수 뿌림과 분향, 하관, 흙 뿌림, 청원 기도 순으로 엄수됐다. 조 대주교는 “주님의 종 이 바울로가 이 무덤에서 고이 잠들어 안식을 누리다가 영원한 천상의 빛을 받아 누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고별사와 조전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조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선종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 슬퍼하셨습니다. 그리고 대구대교구의 대주교님과 주교님, 신부님들, 수도자들 그리고 신자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보내셨습니다.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는 사제로서 또 주교로서 특별히 교육에 대한 관심과 젊은이들의 성장을 위하여 오랫동안 노력하셨습니다. 이에 교황님께서는 대주교님과 함께 감사드리며 기도드린다고 전하셨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장엄한 장례식에 함께 하시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 어린 사랑에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영혼을 맡기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위로의 증표와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의 능력으로써,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의 선종 소식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도적 축복을 전하십니다.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조전

대주교님은 참된 신앙인으로서 한국 교회와 보편 교회에 공헌한 사도로서 기억될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선하고 좋은 종인 대주교께 빛과 기쁨과 평화를 주시기를 우리의 기도로 청합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조전

이문희 대주교님의 선종에 깊은 마음으로 함께 하며 대구대교구와 가톨릭 교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대주교님께 하느님께서 많은 보상을 내려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고별사

이문희 대주교님은 교회가 스스로 담장을 허물어 세상 속에서 복음화를 이뤄야 한다는 소신을 실천으로 옮기셨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사업에 주력하셨습니다. 또 대주교님은 우리와 같은 동포인 북한 사람들과 어려움을 함께함으로써 형제애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여러 해 동안 김수환 추기경님과 몇 분 주교님과 함께 북한에 가톨릭병원을 세우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이셨습니다. 또 어려움에 빠진 사제가 생기면 아버지의 심정으로 직접 찾아가 어떻게든 사제의 삶을 살도록 때로는 질책도 하시고 위로도 하셨던 일은 후배 사제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에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느님 나라의 복된 삶을 시작하신 이 대주교님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남아있는 우리도 주님 안에서 충실하게 살기를 다짐해 봅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이문희 대주교님은 주님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시며 이를 몸소 실천하셨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이루시고 그토록 애타게 만나고 싶어 하시던 주님 품 안에 드셨습니다.

교구장 시절 교회 쇄신과 복음 실천 운동과 함께 교구 시노드를 열고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것인가를 촉구하셨습니다. 주교회의 의장 시절에는 성직자도 납세 의무를 지키자는 운동을 펼치셨습니다. 사목에서 물러나신 후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봉사의 길을 찾아 나서시는 모범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와 대구대교구는 모두 대주교님께서 보여주신 가없는 사랑과 가르침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기억할 것입니다. 공경하올 대주교님, 주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 누리시길 빕니다.



대구대교구 총회장 이동구(마티아)

이제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을 다시는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대주교님께서는 혜안과 통찰력으로 대구대교구를 위해 앞서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신 큰 어른이셨습니다. 몇 년 전 식사자리에서 “나는 큰 집이 필요하지 않아, 조금 있으면 더 좋은 집에 갈테니”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그리워하고 준비하신 대로 하느님 곁에 가셨으니 병고, 근심 걱정 없는 하느님 집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