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기경 자문위원회(C9) 위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 광경. 교황은 추기경들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그라시아스 추기경이 전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개혁을 돕는 추기경 자문위원회 위원인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이 “우리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엎을 수 없다”며 교황청 개혁은 점진적 개혁, 정신의 개혁, 그리고 접근 방법의 변화라고 밝혔다. 또 “회의는 두세 번만 더 하면 끝날 것”이라며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추기경 자문위원회는 교황이 2013년 즉위 직후 교황청 쇄신 작업을 위해 발족한 자문기구다. 교황은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호주ㆍ이탈리아ㆍ칠레ㆍ인도ㆍ콩고민주공화국 등 8개국에서 추기경 9명을 위촉해 그동안 21차례 회의를 가졌다. 추기경(Cardinal) 9명으로 구성돼 있어 흔히 ‘C9’이라고 불린다.
인도 뭄바이 대교구장이자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의장인 그는 CNA와의 인터뷰에서 “추기경 9명이 모여 맨날 교황과 무슨 쑥덕공론을 벌이나 궁금해 하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C9의 목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의 구현이고, 구체적으로 교황의 보편 교회 통치를 도우며 교황청 조직을 개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비전과 C9의 논의 방향은 명확하다. 교황청을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에 적합한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황청 기구는 지역 교회가 효과적으로 사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하고 논의를 해나간다. 특히 평신도와 여성 역할의 중요성과 교회 연대성 강화에 중점을 둔다. 참으로 많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외부에 ‘결과’라고 공개할 수 있는 게 제한돼 있다.”
C9은 그동안 △바티칸 재정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재무원 신설 △평신도가정생명 부서 신설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전담하는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출범 등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달에는 교황청 권한 일부를 지역 교회에 넘기는 문제(분권화), 교황대사 역할, 교황청에 청년과 여성 직원 증원 등의 안건을 다뤘다.
그는 “교황은 요즘도 손을 들고 발언한다”며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황은 회의 기간(보통 3일)에 약속을 잡지 않고 꼬박 참석한다. 우리의 조언을 듣고 신중하게 받아들인다. 말을 많이 하면 자신이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최대한 말을 아끼는 편이다. 그래도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손을 들고 발언하는데, 처음에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또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한동안 떨치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12월 교황의 성탄 연설을 듣고 걱정을 완전히 털어냈다”고 말했다. 성탄 연설이란 교황이 예수 성탄 대축일을 사나흘 앞두고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과 성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하는 연설을 말한다. 예전에는 가벼운 인사 자리였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마다 교회 쇄신에 관련된 ‘메가톤급’ 질책을 쏟아낸다. 지난해에는 C9 의견을 수렴해 단행한 개혁 조치 18가지를 열거한 뒤 중단 없는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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