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이 36가구가 입주해 있는 사누스빌, 오른쪽이 최근 입주를 시작한 사누스힐이다
관리사무실 겸 마을회관으로 쓰이는 흙집 앞마당이 모처럼 북적인다.
나무 그늘에선 남자들이 고기를 굽고 있고, 한 편에선 여자들이 국과 밥을 퍼 나른다.
지난 8일 가톨릭 신앙공동체 사누스빌ㆍ사누스힐(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주천강로 가천3길 129)에서 조촐한 마을 잔치가 열렸다. 새롭게 조성된 사누스힐의 진입로 아스팔트 포장공사가 끝나 개통식 겸 마을 축복식이 있어서다. 흙먼지 휘날리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 마디 불평 없이 공사 차량에 진입로를 내준 사누스빌 주민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누스빌 자치회장 박경규(72)씨는 “공사 기간 먼지와 소음 등 불편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마을에 새 식구가 온다는 기대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 안흥본당 주임 박무학 신부가 8일 사누스힐 마을 축복식을 집전하고 있다. |
신앙 공동체, 마을 축복식도 열려
원주교구 안흥본당 주임 박무학 신부는 새로 조성된 마을 곳곳에 성수를 뿌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마을에 가득하길 축복했다. 박 신부는 “30~40명에 불과했던 주일미사 참여 신자 수가 사누스빌이 들어선 이후 70~80명으로 늘었다”고 기뻐했다.
‘사누스(Sanus)’는 라틴어로 ‘건강한’, ‘치유되는’이란 뜻이다. 치악산 줄기인 해발 1085m의 매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사누스빌ㆍ사누스힐은 전국 각지에서 온 신앙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입주 자격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어울려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된다. 10대째 경기도 광주에 살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온 김우연(66)씨 가족도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있다. 3㎞에 걸친 마을 둘레 숲 속 산책로는 십자가의 길과 성모동산으로 꾸며져 매일 아침 산책과 기도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전원주택 박물관’ 별명 생겨
2006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사누스빌에는 36가구가 입주했다. 바로 옆에 자리잡은 사누스힐에는 67가구가 들어설 택지가 조성돼 있다. 현재 4가구가 입주를 완료했고, 20여 가구는 막바지 집짓기 공사가 한창이다.
개발 회사는 택지와 기반공사만 해주고 집은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지을 수 있다 보니 똑같은 건물이 단 한 채도 없다. 유럽 지중해풍의 단층 주택부터 현대식 미술관 같은 사각형 주택까지 각양각색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원주택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전원주택 박물관’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주)사누스 박영군(루피노, 65) 대표는 “은퇴 후 자신만의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구경하러 왔다가 마을 풍경에 반해 그날 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제2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동서울터미널에서 안흥까지 1시간 25분이면 올 수 있는 것도 새로 추가된 매력이다.
▲ 오른쪽 상단 작은 사진은 외부 도움 없이 직접 집을 짓고 있는 정광섭·오인옥 부부와 아들 기철씨. |
부친이 못다 이룬 꿈 이루고 싶어
집짓기 공사가 한창인 사누스힐은 인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올봄 공사를 시작한 건물들은 대부분 외관 공사가 끝나고 내부 마감 작업이 한창인데, 한쪽 구석에 아직도 앙상한 목조뼈대만 서 있는 공사 현장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정광섭(프란치스코, 61)씨와 아들 기철(요한 세례자, 34)씨 부자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손수 짓다 보니 더딜 수밖에 없다. 두 달 전인 4월 10일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제 겨우 바닥공사와 벽의 뼈대가 될 목조기둥을 세웠다. 아버지 정씨는 “옆 건물은 우리보다 늦게 공사를 시작했는데 벌써 지붕 공사까지 마치고 내부 마감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씨가 자기 손으로 건물을 짓기로 마음먹은 건 부친의 못다 이룬 꿈을 잇기 위해서다. “부친이 통영에서 10년 가까이 직접 집을 짓다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정씨는 털어놓았다. 전자회사에 다니다 은퇴한 정씨는 은퇴 전부터 10년 가까이 건축 공부를 한 뒤 2015년부터는 1년 6개월 동안 직접 공사 현장에 뛰어들어 벽돌부터 나르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본 아들 기철씨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 곁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부인 오인옥(클라라, 60)씨는 남편과 아들이 땀 흘리며 집을 짓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반평생 과천에서 산 오씨는 처음엔 전원생활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매일 도시락을 싸주며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
“올해 10월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튼튼하게 지으려고요. 우리 가족이 살 집이잖아요”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한낮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정씨 부자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글ㆍ사진=신익준 기자 ac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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