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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진단-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무엇이 쟁점인가

참 빛 사랑 2016. 12. 3. 12:29

전통적 가르침 안에서 사목적 식별로 판단해야

▲ 이혼 후 재혼자의 성체성사 참여의 문은 열릴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목적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혼 후 재혼(사회혼)한 신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가능성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 보수 성향의 추기경 4명이 이혼 후 재혼자의 영성체 가능성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요청하는 질의 서한을 보낸 데 대해 “그들은 이데올로기로 흐를 수 있는 일종의 율법주의에 얽매여 있다”라고 반박했다.

교황은 18일 이탈리아 교계 신문 「아벤네르」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과 관련해 자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이들은 식별이 필요한 유동적 삶조차 흑백 논리로만 보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예·아니오 답변 요구

이들은 가정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 등 교황의 신학적 노선에서 발견되는 5가지 의문점을 지난 9월 교황에게 서면 질의했다. 이에 대해 “교황이 답변을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들은 “진보에 대한 보수의 공격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달아 서한 전문을 몇몇 언론에 공개했다. 서한은 신학적 의문(theological dubia)에 ‘예 / 아니오’라고 대답해 달라는 형식이다.

질의 내용 가운데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2014, 2015년 잇따라 열린 가정 시노드에서부터 논란이 된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다.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는 복음에 기초해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고수한다. 따라서 교회 법원에서 첫 결혼의 무효 선언 판결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재혼하면 간통 또는 중혼의 죄 상태에 놓인다. 그러면 영성체는 물론 고해성사와 교회의 주요 봉사직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시노드에서 개혁 성향의 주교들은 현대 가정의 다양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교리야말로 ‘딱딱하고 차가운 율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느님의 자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에, 그들이 참회와 성사를 통해 성체를 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이에 관한 교황의 가르침이 담긴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 제8장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교황은 이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다양한 상황을 지나치게 엄격한 틀에 맞추지 말라(298항), 그들이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온전하게 통합되도록 사목자들이 잘 식별하고 동행하라(299항)”고 당부했다. 논란의 초점은 그 아래에 달린 각주 351번에 있다.



교황, 자비의 교회 강조

“어떠한 경우에, 이는 성사의 도움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제들에게 고해소가 고문실이 아니라 주님의 자비를 만나는 장소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고 싶습니다’(「복음의 기쁨」 44항). 또한 저는 성찬례는 ‘완전한 이들의 보상이 아니라 나약한 이들을 위한 영약이며 양식‘(47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각주를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재혼자가 고해성사를 통해 진정으로 참회하고 죄를 용서받으면 성체를 영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칫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관한 전통적 가르침이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성향의 추기경들이 “중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이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 신학자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성체성사 참여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해석하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4월 “이혼 후 재혼자들의 상황 어딘가에 함께하면서 사면하고 친교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며 “그런데 이는 일반적 법이나 허가가 아니라 사례별로 사목적 식별에 의해 판단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스퍼 추기경이 교황의 의중을 정확히 간파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해석대로, 교황은 교리와 교회법을 건드리면 혼란이 일어날 것을 알기에 복음 정신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사목적 식별을 강조한 것이다.



다양한 환경과 상황 고려해야

최근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 부서 장관에 임명된 케빈 패럴 추기경은 “다양한 환경과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게 교황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성체는 못 하지만) 주일미사에 꼬박꼬박 참례하는 재혼 부부에 대한 사목적 어려움을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교회는 그들이 완전한 친교에 참여하는 길을 찾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