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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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사람들

[사도직 현장에서] 사랑한다면 어머니처럼

참 빛 사랑 2025. 3. 8. 13:56
 


올해 1월 초, 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한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딸이 뇌사 상태에 빠져 급히 세례를 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곧장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스물여덟 살의 젊은 여군에게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주었다. 훈련 도중 예상치 못한 사고로 중환자실에 오게 된 그녀의 곁에는 망연자실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이 함께하고 있었다.

특히 어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하루 30분밖에 허락되지 않는 면회 시간 동안, 어머니는 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잠자리도,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딸만을 바라보는 모습은 애틋하기 그지없었다. 매일 미사에 참여해 딸의 쾌유를 간절히 빌었고, 그런 어머니께 “몇 주 동안 계속 이렇게 계시니 얼마나 힘드세요?”라고 여쭈면, 어머니는 “이게 더 편해요, 신부님!”하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끝내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딸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러진 장례 미사에는 많은 이가 함께했다. 동료들과 친구들, 그리고 본당 신자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미사 중 나는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딸에게 전하는 말씀을 부탁했다. 어머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고, 흐르는 눈물과 함께 딸을 잃은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 모습은 미사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딸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아픔을 그날 그 자리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기도를 바치다 문득 아들 예수님을 먼저 잃은 성모님 모습이 떠올랐다.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 그리고 그 순간에도 아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성모님의 깊고도 강한 사랑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가장 어둡고 슬픈 시간 속에서도 딸과 함께하셨던 어머니께 깊은 존경과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시는 성모님께 ‘마리아’를 맡겨드립니다.



이용수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