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은 16년 전 선종한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했던 한 달이었다. 취재와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김 추기경을 많이 접한 까닭이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지금도 살아있는 그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였다.
가장 두드러진 기억은 2월 8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김 추기경 시복 추진을 위한 2차 심포지엄이었다.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교황청 시성부 차관보 보구스와프 투렉 몬시뇰은 김 추기경을 ‘국민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교회를 넘어 보편 교회에 익히, 그리고 널리 알려진 그의 생애와 명성을 잘 압축한 표현이었다.
이어 조한규(가톨릭대학교) 신부의 제1주제 발표에도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이 있었다. 선종 9년 뒤인 2018년 여론조사에서 김 추기경이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으로 꼽혔다는 내용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모 시사 주간지 홈페이지에 가보니 더 놀라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해당 조사에서 김 추기경이 1위를 놓친 적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생애 말년에도, 사후에도 그는 종교인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공인’이었던 것이다.
외국에선 김 추기경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해외 기사와 서적을 찾아봤다. 검색 결과가 너무 많아 일일이 클릭해볼 수도 없었다. 북한·중국 정치 체제와 국제 보건·의료 문제 등 일견 가톨릭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주제에도 김 추기경이 언급됐다. 민족화해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공산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고, 선종 후 각막 기증으로 장기기증 문화 확산에 공헌한 모습들이 생생히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한국 교회와 사회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거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이젠 우리가 시복을 위한 전구 기도로 그에게 보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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