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사제들이 창립 50주년 기념미사 후 주교좌 명동대성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회마저 세상의 슬픔과 번뇌를 외면한다면 사람들이 서러운 눈물을 어디서 닦겠습니까? 우리부터 사제단을 결성하던 때의 순수하고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2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 지난 반세기를 성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함세웅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오늘 미사 지향은 반성과 다짐”이라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교회 공동체,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반성하는 속죄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느님 안에서 십자가를 응시하며 성령의 은총으로 순교자들과 순국선열들의 뒤를 따라 50년 중턱에서 또 다른 50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 “앞으로도 하느님의 사제로서 성교회의 복음 정신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해 정진하시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인 여러 계층의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구체적 사랑을 전하시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또 “매우 긴급하고 절박한 과제인 하나뿐인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는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서도 힘을 모아주시길 빈다”고 덧붙였다.
미사 중 사제단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저만 알아 저만 살려는 각자위심·각자도생은 그 누구에게도 안전한 미래가 아니다”며 “더 늦기 전에 우리 사이의 불신과 미움을 포용과 이해로 바꾸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너와 나의 뜨거운 사랑을 상생의 에너지로 바꾸기만 하면 얼마든지 쳐낼 것은 쳐내고 버릴 것은 태워서 거룩한 선열들이 꿈꾸던 나라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미사 중에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조작의 진실을 알렸던 안유(루카노)·전병용(바르나바) 전 교도관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960년대 중반 산업화로 노동 환경이 악화하고 군사정권이 인권을 제한하고 탄압을 잇달아 자행하자 전국 사제들이 1974년 9월 26일 명동대성당에서 ‘정의구현’이란 이름으로 민주 회복과 구속자 석방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1970년대에는 인권 및 반유신 운동, 1980년대에는 민주화와 통일운동, 1990년대 이후에는 남북 교류와 환경·평화 운동 등을 통해 세상의 약자들과 함께해왔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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