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81세 일기로 선종
교황청 초대 재무원장을 맡아 바티칸 재정 및 금융 개혁을 주도한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사진>이 10일 로마에서 81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펠 추기경은 최근 한 방송사와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종을 애도하는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사인은 고관절 수술로 인한 심장 합병증이라고 바티칸이 밝혔다.
펠 추기경은 2014년 시드니대교구장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바티칸 재정 수술의 ‘집도의’로 발탁됐다.
추기경은 교황청 일부 부서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바티칸은행 돈세탁 의혹, 부적절한 부동산 투자 등의 문제를 수습하면서 투명한 자산회계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돈 문제에 관한 한 “돈 관리도 못 하는 교회가 무슨 수로 인간 영혼을 돌보겠느냐”고 질타하는 교황과 생각이 같았다. 추기경은 개혁 과정에서 간접적인 저항과 견제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 추기경은 개혁 작업 중 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호된 시련을 겪기도 했다. 1990년대 맬버른대교구장 재임 당시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추기경은 2018년 호주 빅토리아 주 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추기경은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행히 호주 대법원은 2020년 4월 원심을 깨고 재판관 7명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수감 14개월 만에 풀려난 펠 추기경은 “주변 상황과 거짓, 모략이 겹쳐서 일어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수감의 역경과 굴욕감에 대해 “개인적 고통을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통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수감 생활은 (세례, 견진 등과 함께) 신자임을 증명해주는 진정한 ‘신앙인 패키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 메시지에서 “복음과 교회를 위한 일관된 헌신, 특히 재무 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성실한 협력에 깊이 감사한다”며 “재판을 받는 중에도 흔들림 없이 주님을 따랐던 충실한 종이 천상 기쁨 속에 들어가 영원한 평화의 상급을 받길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교회는 애도와 추모의 뜻으로 11일 시드니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종을 81번(선종 나이) 울렸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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