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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마지막 길 박수로 배웅… “바로 성인품으로!” 외치기도

참 빛 사랑 2023. 1. 12. 19:18

[진리의 수호자 베네딕토 16세] 장례 미사 이모저모

▲ 추기경과 주교, 사제, 신자 등 5만여 명이 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거행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여하며,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OSV
 
 
▲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관이 미사 후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무덤으로 향하고 있다. OSV
 
▲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무덤에 안치된 관을 향해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성수를 뿌리고 있다. OSV


▲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이 ‘SANTO SUBITO’(즉시 성인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그의 헌신을 드높이고 있다. OSV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주소서.”

광장에 운집한 신자 5만여 명이 한목소리로 선종한 교황을 위해 부르는 거룩한 성가와 기도 소리가 바티칸의 하늘로 향했다. 5일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을 떠나보내는 미사가 거행된 성 베드로 광장은 이날만큼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 지켜보는 대형 장례식장이 됐다.



경건함 속에 이뤄진 교황과의 작별

5일 오전 성 베드로 광장 일대는 아침 안개가 채 가시지 않았다. 성 베드로 대성전 종탑 아래로 새벽부터 장례 미사에 참석하려는 신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오전 9시 30분 장례 미사 시작 전 구역별로 착석한 신자들이 바치는 묵주기도가 한참이나 진행됐다. 입김이 나오는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장례 미사가 거행됐다.

12명의 운구자 어깨 위에 들려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관이 광장 중앙에 안치되자 이윽고 장례 미사가 시작됐다. 전 세계의 시선은 한 세기에 이르는 세월 동안 교회를 위해 자신을 바친 작은 삼나무관 속 교황으로 향했다. 주님의 십자가 제단 앞에 몸을 누인 베네딕토 16세 교황 앞으로 5만여 명이 두 손 모아 그를 기렸다.

선종 6시간 전인 12월 31일 새벽 3시경 마지막 사투를 벌이면서도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한 그의 고백이 미사를 지켜보는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 다시금 깊이 새겨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신자들은 교리를 수호했던 ‘철갑 추기경’이자, 신앙의 위기 속에 새로운 복음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진리의 협조자’였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90분 동안 추모했다.



현 교황이 전임 교황 장례 미사 주례

현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하는 것은 가톨릭교회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교황 선종 시 추기경들 가운데 맏이인 ‘수석 추기경’이 교황의 장례 미사 주례자가 되는 관례도 이번엔 적용되지 않았다. 교황이 선종하면 장례 후 수석 추기경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도 주재하게 되는데, 현 교황이 사도좌에 재위 중이기에 이 또한 열리지 않았다.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현 교황이 전임 교황의 미사를 주례한 것은 이번까지 두 차례뿐이다. 1802년 비오 6세 교황이 프랑스 나폴레옹군에 납치돼 현지에서 선종한 뒤 3년 후에야 비오 7세 교황이 바티칸에서 장례 미사를 주례한 사례만 있었다.

대신 현 수석 추기경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다리가 불편해 앉아서 미사를 주례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리해 제대에서 성찬 전례와 고별 예식 때 분향을 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부터 중요한 예식과 미사 때마다 제대에 오르지 못하는 관계로, 미사 중간중간 예식을 추기경들이 대리해왔다.



2~4일 20만 명 조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전임 교황이자, 명예 교황(Pope Emeritus)으로서 사임 후 바티칸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 머물며 보편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영적 협조자로 10년간 지냈다. 신임 추기경단과 인사를 나누거나, 자신의 사제서품을 축하하는 자리 외에는 사실상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잊혀진 교황’이 아니었다. 2~4일 20만 명이 조문하고, 5일 장례 미사에 참여한 신자 5만여 명은 ‘세기의 신학자’요, ‘진리를 수호한 교황’으로 한평생을 헌신한 그를 깊이 기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깊은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을 통해 “양 떼를 돌본다는 것은 사랑을 의미하며, 사랑은 고통받을 준비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며 “사랑은 하느님의 진리이며, 그분 현존의 자양분을 양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주님 사랑을 전한 전임 교황을 추모했다.

교황은 이어 “그 마음은 또한 성령의 위로로 지탱되는 헌신이며, 사목자가 사명을 수행할 때 성령께서 언제나 사목자를 앞서 계신다”면서 “우리 또한 주님의 마지막 말씀과 그분 온 삶의 증언에 굳게 매달려 그분 발걸음에 따라 우리 형제를 아버지의 손에 맡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 “우리는 자신에게 맡겨진 백성의 기도와 돌봄에 그 짐을 온전히 맡길 줄 아는 목자를 볼 수 있다”면서 “그가 평생을 바쳐 전하고 증언한 복음의 기름으로 그의 등이 밝혀지는 것을 자비로운 그 손이 보시길 빈다”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저희는 그의 영을 아버지 손에 맡기며, 그가 오랜 세월 베풀었던 것과 똑같은 지혜와 다정함과 헌신으로 우리도 그렇게 하고자 한다”고 그를 거듭 기렸다. 교황은 미사 후 장내를 빠져나가는 고인의 관에 마지막으로 손을 얹고 기도하며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고맙습니다, 베네딕토!

미사 후 고인의 유해는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무덤 역대 교황들 옆에 안치됐다.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무덤에 안장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관에는 그의 생전 업적이 1000자로 나열된 문서(rogito)와 팔리움, 메달 등이 함께 봉인됐다.

광장의 신자들은 미사 후 고인을 향해 일제히 손뼉을 치며 “바로 성인품으로!”(Santo Subito), “Danke papst benedikt.”(베네딕토 교황님, 감사합니다) 등을 외쳤다.

‘주님 포도밭의 충실한 일꾼’이었던 아흔다섯의 목자는 신자들의 배웅 속에 한 세기에 이르는 아름다운 지상 순례를 마치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