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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 오르테가 정권, 가톨릭교회 탄압 심각

참 빛 사랑 2022. 8. 18. 17:00

정권 비판한 주교 가택 연금, 사랑의 선교수녀회 폐쇄·추방

▲ 니카라과 마타갈파교구장 론란도 호세 알바레즈 주교가 사제관을 포위한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 오른쪽 사진은 추방 명령을 받고 육로 국경을 통해 코스타리카로 넘어가는 니카라과 사랑의 선교수녀회 수녀들.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이 가톨릭교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니카라과 경찰은 최근 마타갈파교구장 론란도 호세 알바레즈 주교를 가택 연금한 채 폭력 단체 결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6월 말에는 사랑의 선교수녀회 니카라과 지부를 폐쇄하고 수녀 18명을 추방했다.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진 수녀들이 육로 국경을 통해 코스타리카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도한 기자들도 당국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을 이끌며 1979년 소모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민중 혁명가다. 하지만 집권 이후 정치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초심을 잃고 변질됐다는 게 국제 사회의 냉혹한 평가다. 대통령 선거에 5번 당선과 4번 낙선을 거듭하는 동안 권력욕의 화신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알바레즈 주교는 오르테가 정권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바람에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혔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알바레즈 주교는 ‘통신 매체와 소셜 미디어를 동원해 폭력 단체를 조직’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런 시도는 국가를 불안하게 하고 법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주장했다. 독재 정권들이 민주 인사들을 탄압할 때 동원하는 전형적 수사다.

알바레즈 주교는 3일부터 신부 6명, 평신도 6명과 함께 주교관에 연금돼 있다. 시위 진압 경찰이 건물을 포위하고 있어 문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알바레즈 주교는 소셜 미디어에 올린 강론 영상에서 “내가 무슨 조사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찰은 어떻게든 엮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내면의 힘과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을 간직하고 있다”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용기를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씀하신다”고 덧붙였다.

오르테가 정권은 최근 무허가라는 이유로 가톨릭 라디오 방송국 8개 지국도 폐쇄했다. 이 조치에 대해 마타갈파교구는 “2016년부터 (방송 허가) 관련 서류를 당국에 제출해왔다”며 “여태껏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이제 와서 ‘무허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사랑의 선교수녀회는 6월 29일 다른 100여 개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의회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았다. 의회는 산디니스타 인민해방전선이 장악하고 있다.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수녀회 수녀들은 니카라과에서 34년간 자선 활동을 해왔다. 의회는 이해할만한 해산 결정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교회의 자선 활동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류가 감지된다.

마르타 몬테네그로 변호사는 “범죄로 기소된(죄를 짓고 도망쳐온) 외국인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하고, 명예로운 자국 시민은 추방하는 게 독재 정권의 특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독재 정권이 가톨릭교회와 전면전에 나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가톨릭교회에 공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주교들을 ‘테러리스트’, ‘제의를 걸친 악마’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CELAM)는 오르테가 정권의 교회 탄압 행위를 개탄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국무부와 유럽연합(EU)도 인권 침해와 교회 탄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위정자들에게 전달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