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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카스퍼 추기경, 독일 ‘시노드 여정’ 비판 “교황 권고 무시”

참 빛 사랑 2021. 11. 20. 19:09

독일 교회 쇄신 회의체 ‘시노드 여정’, 교황청 공식 시노드 아냐... 복음화에 집중하라는 권고와 달리 민감한 하위 주제 내세워

 
 

영향력 있는 세계적 신학자인 발터 카스퍼(88) 추기경이 독일 주교들과 평신도 대표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시노드 여정(Synodal Way)’에 또 우려를 드러냈다.

카스퍼 추기경은 7일 한 비대면 강의에서 “독일 교회 ‘시노드 여정’의 원죄는 복음화에 집중하라는 교황 권고를 제쳐놓은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지난 6월 매체 인터뷰에서도 “매우 걱정스럽다. 이 여정이 가톨릭의 궤도로 들어오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시노드 여정’은 독일 교회의 위기 타개와 쇄신을 위해 교회 구성원들이 모여 토론하고 의결하는 회의체다. 지난 2019년 12월에 첫발을 뗐다. 외형상 하느님 백성이 만나서 경청하고 식별하면서 공동 합의를 이끌어내는 시노드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교황청 승인과 규범에 따라 진행되는 공식 시노드는 아니다. 독일 교회도 이를 시노드라고 하지 않고 ‘시노드 여정(길)’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실무그룹에서 정한 주요 의제다. 참가자들은 △교회 권한의 행사 △성(性) 도덕성 △사제직 △여성의 역할 등 크게 4가지 주제를 놓고 대등한 위치에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의제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럽고 민감하다. 호사가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토론장에서 들려온 말 한마디를 갖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부풀리고 있다. ‘평신도에게 주교 권한 대폭 이양’, ‘사제 독신제 폐지’ ‘여성 사제서품 허용’ 등 얼토당토않은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런 불필요한 잡음을 예견했다. 시노드 여정 개시 6개월 전에 의제에 대한 보고를 받은 교황은 19쪽 분량의 서한을 독일 교회에 보냈다. 서한 요지는 “신앙이 약해지고 부식되는 흐름에 맞서 복음화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카스퍼 추기경이 언급한 ‘시노드 여정의 원죄’는 이 권고를 소홀히 한 채 부수적인 문제들에 매달리는 데 대한 질책이다.

카스퍼 추기경은 “교황이 교회의 근본 사명인 복음화에서부터 출발하라고 초대했음에도 사실상 하위 기준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며 “(회의자료 중) 순전히 형식적인 용어로만 보면, 주교직을 포기한 게 아니라 주교직의 핵심을 아예 없앤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료를 전체적으로 보면 주교는 임기를 정해 선출하고, 언제든 투표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감독위원회 의장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주교 임기제와 권한 분산에 대한 토론이 있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카스퍼 추기경은 참가자들이 교회의 권한 행사에 대해 일종의 민주적 견제 장치를 마련하려는 데 대해서도 따끔하게 충고했다.

“교회는 민주주의 질서로부터 배울 수 있지만, 교회 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시노드를 다수결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의회와 혼동하지 마라. 시노드는 성령의 표지라고 인식되는 공동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 지난번 회의에서처럼 진지한 논의 없이 소수 의견을 투표에 부쳐 무시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결국 ‘시노드의 촌극’이 되고 만다.”

시노드 여정은 지난 10월 2일 두 번째 총회를 마쳤다. 총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민주적이면서도 투명한 안건 처리를 강조한다. 참가자들은 이번에 동성애자 축복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승인 역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지난 3월 “교회는 동성 결합을 축복한 권한이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카스퍼 추기경은 “새로운 좌절을 초래하는 안건을 다룰 게 아니라 오늘날 독일에서 이미 가능하고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참가자들이 카스퍼 추기경의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회 내 성추문과 신자들의 급속한 이탈, 성직자 감소 등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려면 ‘교회의 얼굴’을 바꿀 정도의 획기적인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