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26일 제9차 세계가정대회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피닉스 파크에
들어서고 있다. 【더블린(아일랜드)=CNS】
더블린 세계가정대회는 노래와 기도, 신앙 고백이 끊이지 않는 성대한 축제였다.
8월 21일~26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제9차 세계가정대회를 취재한 ‘바티칸 인사이더’는 대회 분위기를 “성대한 축제 같았다”고 전했다. 사회 일반 매체들은 성직자 아동 성추행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 행보에 집중하느라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성대한 가톨릭 가정 축제를 놓쳤다.
‘바티칸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가정이 교회와 세상의 희망”이라며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가정의 가치가 무너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희망의 등불’이 되라고 격려했다.
이슬람 극단 무장 조직들의 박해 속에서 살아남은 이라크 모술의 에나스(Enass) 가족은 “식구들의 사랑과 연대가 역경을 이겨낸 힘의 원천이었다”는 요지의 신앙 고백으로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에나스 가족은 2007년 본당 신부가 무장 조직에 살해된 뒤에도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증오와 분노 너머에 있는 용서와 화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참가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젊은 부부가 자녀 신앙교육 방법에 대해 묻자 감동적 일화를 들려줬다.
“엄마와 세 자녀가 점심으로 밀라노식 스테이크를 먹고 있을 때였다. 초인종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본 큰애가 엄마에게 ‘어떤 사람이 먹을 것 좀 달래요’ 하고 말했다. 엄마가 의견을 묻자 아이들은 ‘먹을 걸 줘요. 저기 냉장고에 또 있잖아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엄마는 칼을 들고 와서 아이들이 먹던 것을 절반씩 잘랐다. 아이들은 ‘우리 거 말고 (냉장고에 있는) 다른 걸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너희 몫을 떼줘야 하는 거야. 남는 걸 주는 게 아니란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 엄마처럼 부모들이 자녀들의 첫 번째 교리교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조부모와 부모가 자녀들에게 ‘믿음의 사투리’로 신앙을 전수하라고 말했다. 그 집안 고유의 전통과 문화, 언어 습관으로 신앙을 가르치라는 말이다.
교황은 이어 “이기주의와 개인적 관심사라는 돌풍이 몰아치는 이 세상은 ‘사랑의 혁명’을 필요로 한다”며 가톨릭 가정들이 혁명의 불씨가 되라고 격려했다.
일부 서구 매체들은 26일 교황 주례로 폐막 장엄미사가 봉헌되는 피닉스 파크(Phoenix Park)에 빈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닉스 파크는 유럽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면적이 넓은 도심 공원인 데다 과거 성직자 성추행에 실망해 교회에 발을 끊은 신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폐막미사에 50만 명이 모였다. 오전에 퍼붓던 비도 오후 미사 시작 전에 그쳤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일부 교회 구성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양심을 저버린 범죄 행위를 주님 대전에 갖고 가서 다시 한 번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또 “이 부끄러움과 죄책감은 주님의 도우심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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