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은 해결책이 아니다”며 자국민, 특히 백인 주류 사회의 이익에 영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답보 상태인 중국과의 수교 협상에 대해서는 “대화 단절로 인한 명백한 패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며 변수가 많더라도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교황은 6월 20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난민 정책과 중국 관계, 칠레의 사제 성범죄 파문, 교회 내 여성 역할 확대 등 바티칸 안팎의 현안들에 대해 쾌도난마식으로 견해를 밝혔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한 조치에 대해 “미국 주교회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주교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인도적 이주난민 정책을 “부도덕하며 가톨릭 가치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난민 정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포퓰리즘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최근 노골적으로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유럽의 몇몇 국가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대중 영합주의자들이 난민 문제와 관련해 ‘정신병(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찾아온 사람을 거부하면 안 된다. 그들을 수용하고, 돕고, 돌보고, 동행해야 한다. 그들을 유럽 전역으로 골고루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중국과 대화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명백한 패배’라고 표현했다. 결과가 불투명하더라도 대화 테이블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1951년 외교 관계가 단절된 중국과의 외교 복원 협상에서 주교 임명권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다. 중국 정부는 그 권한을 교황에게 통째로 넘길 수 없다고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지루한 협상에 대해 “어떤 이들은 그것을 ‘중국 시간’(만만디, 천천히 느긋하게)이라고 하던데, 난 하느님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분하게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의 사제 성범죄 추문에 대해서는 “그건 악령이 벌인 짓”이라고 호되게 질책하고 “사임해야 할 주교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5월 칠레 주교단이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임서를 일괄 제출하자 즉시 3명의 사임을 수락한 바 있다. 칠레의 사제 성범죄는 1970~80년대 일어난 사건이지만, 주교들이 그동안 희생자들의 고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일부는 은폐해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성추행과 관련한 직무 수행에 태만한 주교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기존 생각을 다시 한 번 피력한 것이다.
교황은 교황청 부서와 기구 책임자에 여성을 더 발탁하겠다고도 했다. “여성은 갈등 해소 능력이 더 낫고, (남성과는) 다른 관점으로 볼 줄 안다”는 것이다. 교황은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하면 험담(뒷담화)이 많아진다고 걱정하던데, 난 그런 걱정 안 한다”며 웃었다.
아울러 “교회의 미래는 길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더 좋아한다”(권고 「복음의 기쁨」 49항)는 평소 생각을 압축해 표현한 것이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척추 문제로 인해 다리에 통증이 있는 것 빼고는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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