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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불평등과 빈곤 부추기는 현대 경제의 ‘비윤리성’ 질타.

참 빛 사랑 2018. 5. 23. 21:20


교황청 신앙교리성·인간통합발전부, 공동 문헌
「현 경제 금융 시스템의 일부 측면과 윤리적 식별]발표


▲ 2011년 젊은이들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 뉴욕 맨해튼 월가에서 금융자본의 부도덕성과 소득 양극화에 항의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황청은 국경을 넘나들며 부를 약탈하는 금융 투기를 통제하라고 촉구한다. 【CNS 자료사진】



교황청이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과 국제 금융자본에 경종을 울렸다.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인간통합발전부는 17일 「현 경제 금융 시스템의 일부 측면에 관한 윤리적 식별」이라는 제목의 공동 문헌을 발표하고,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하는 경제 활동과 금융자본 거래를 질타했다.

이 문헌의 핵심은 경제 활동에도 도덕과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저개발국을 더 깊은 가난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약탈적 금융거래를 통제하라고 국제 사회에 촉구한다. 신앙교리성이 이례적으로 이런 성격의 문헌 작성에 참여한 이유는 경제 활동의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문헌은 목돈을 들고 투자처를 찾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경제 활동의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라고 당부한다. 투기 자본이나 조세 피난처 설립 회사, 환경 파괴 기업 등에 투자하는 행위는 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저축과 소비에도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이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포기하지 않도록 비즈니스 학습 과정에 윤리 과목을 넣을 것을 제안한다.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대주교와 인간통합발전부 피터 턱슨 추기경은 이날 문헌 발표 기자회견에서 “교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존중한다”며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이들의 탐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환 위기를 겪는 나라에 들어가 막대한 이익을 챙겨 빠져나오는 금융업 종사자들을 향해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부를 취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또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는 ‘고장 난’ 경제 금융 메커니즘을 검토해 바로잡을 기회였지만 실제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레오나르도 베체티(토르 베르가타 대학교) 교수는 “내년에 전 세계 GDP는 3.9% 성장이 예상되는 등 세상의 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소득이 3.9%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소득 분배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피터 턱슨 추기경은 교회가 시장경제 참가자들에게 윤리를 호소하는 데 대한 한계와 책임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턱슨 추기경은 “이와 비슷한 문헌을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 관계자들에게 건넨 적이 있다”면서 “그들은 금융 위기의 원인을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분석한 내용을 호평했지만 우리가 통제 필요성을 언급하자 ‘이 분야의 인간 활동은 통제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들은 오랜 세월 고리 대금업을 죄악시했다”며 “경제와 금융도 가톨릭 사회교리 범주에 있다”고 말했다. 또 “진보의 척도는 은행 잔고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삶을 위해 도움을 받는가에 달려 있다”며 인간의 통합적 발전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 등 윤리적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헌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 「복음의 기쁨」(2013년)을 통해 약탈적 금융자본의 폐해를 질타한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교황은 “(소득) 불균형은 시장의 절대 자율과 금융 투기를 옹호하는 이념의 산물”이라며 “금융 개혁에 윤리적 고려가 반영되려면 정치 지도자들의 강력한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제56항 참조) 경제 위기의 바탕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지 않는 심각한 인간학적 위기가 있다는 게 교황의 통찰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