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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교황, 칠레 페루 사목방문... 성직주의와 권력형 비리, 부패에 경종 .

참 빛 사랑 2018. 1. 25. 21:58


남미 사회의 상처 '복음의 생명력'으로 치유


▲ 젊은이들이 기다리는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중 함박웃음을 짓는 교황. 【산티아고(칠레)=CNS]




▲ 19일 아마존 밀림 도시 푸에르토 말도나의 시민들이 전통복장 차림을 하고 나와 교황을 기다리고 있다. 【푸에르토 말도나(페루)=CNS】




▲ 교황이 16일 산티아고 대성당 제의실에서 칠레 주교들에게 “성직주의는 성소를 풍자만화로 끝내버린다”며 성직주의의 위험을 경계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산티아고(칠레)=CNS】





프란치스코 교황의 칠레와 페루 사목 방문은 남미 사회의 오랜 상처들을 ‘복음의 생명력’으로 치유하는 행보였다.


교황은 칠레에서 500년 신앙 전통에 안주하려는 성직자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고, 남미에서 한층 심하게 나타나는 성직주의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페루에서는 중남미 국가에 만연한 부패에 경종을 울렸다. 방문은 15일부터 일주일간 이뤄졌다.


교황은 특유의 ‘쉬운 비유’ 화법으로 성직주의의 위험을 경고했다. 칠레 주교단을 만나 “성직주의는 결국 자신이 받은 성소를 풍자만화로 끝내버린다. 평신도는 우리의 종이나 피고용인이 아니다”라며 성직 우선주의를 질타했다. 이어 “성직자는 주인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라며 “이런 인식을 망각하면 선교적 역동성에 더 큰 피해를 주는 유혹들 가운데 하나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목자가 옆길로 새면 양들은 헤매다가 늑대에게 잡혀먹힌다”며 목자의 본분에 충실하라고 당부했다.


칠레 가톨릭은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1974~1990년) 하에서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급격한 사회 다원화와 일부 사제의 아동 성추행 파문으로 인해 교회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 교황이 따끔하게 성직주의를 질타한 데는 자신도 남미 주교 출신이라는 동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제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사제들의 기를 살려주는 데 중점을 뒀다. 교황은 “여러분이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악(아동 성추행)을 극복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고 약점 많은 베드로가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으뜸 사도가 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앞에서는 일부 사제가 실망감을 안겨준 데 대해 거듭 용서를 구했다. 산티아고에서 성추행 피해자들과 비공개 면담도 했다. “교황은 피해자들 얘기를 듣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울었다”고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이 전했다.


아울러 가장 그늘진 곳을 찾아다녔다. 칠레의 산 호아킨 여성 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 교황은 “인간에게 미래가 없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며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꿈꾸는 것을 중단하지 마라”고 위로했다.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폭력도 마다치 않는 마푸체 원주민들에게는 “파괴는 분열과 소외만 가중시킨다”며 ‘적극적 비폭력’을 호소했다.


페루에서는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중남미 전체를 향해 메시지를 띄웠다. 중남미는 부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한 대형 건설사가 여러 나라 정관계에 뇌물을 뿌려가며 사업을 수주해온 스캔들이 터져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교황은 19일 이번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페드로 쿠친스키 대통령 앞에서 “부패는 라틴아메리카를 오염시키는 바이러스”라며 “이 바이러스가 가난한 사람들과 어머니 지구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교들에게 “부패가 정치를 병들게 한다”며 부패 척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주페루 교황대사 지라솔리 대주교는 교황 방문을 앞두고 “교황 메시지의 핵심어는 부패에서 비롯된 상처와 여성 폭력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교황은 불법 금광 채굴과 인신매매 등 범죄가 들끓는 아마존 밀림 도시 푸에르토 말도나로 이동해 노예노동과 여성 폭력 문제도 언급했다.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하느님이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9)고 물은 것에 빗대, 교황은 “노예가 돼버린 여러분의 형제자매는 어디 있는가?”라고 시민들에게 물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