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같은 자기 중심적 배우자, 어쩌나?
오래된 상처(239~240항)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부들이 어릴 때 받은 상처로 혼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들을 지적한다. 그럴 경우 어린아이와 같은 자기중심적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배우자는 그런 사람의 기분에 맞춰줘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그뿐 아니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 관계에서 나쁜 기억만 있는 이들은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할 경우 혼인한 후에도 가족 관계로 말미암아 혼인 생활을 망치기 쉽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각자 자신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240항)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치유의 필요성 깨닫기 △용서하고 용서받기 위한 은총을 얻도록 끈기있게 기도하기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려는 결심 등이 포함된다.
파경과 이혼 이후의 동행(241~246항)
한번 맺은 부부의 인연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교황은 별거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필요할 때도 있다고 본다. 학대와 폭력 등이 심각할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별거는 다른 모든 시도가 효과를 내지 못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해야 한다(241항).
교황은 이런 이들에게 사목적 배려를 하는 식별을 강조한다. 특히 부당하게 버림받았거나 별거나 이혼 상태에 있는 이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해야 하며, 불의를 겪은 이들이 스스로는 용서하기 쉽지 않지만 은총의 힘으로 용서할 수 있도록 교구에 화해와 중재를 위한 특별 상담소를 설치하는 사목적 배려도 필요하다. 나아가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도 그들이 교회에 속해 있음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교황은 “그들이 파문당한 것이 아니다”면서 그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언행을 삼가고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도록 격려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황은 또 혼인 무효 소송의 간소화를 위한 조치를 취했음을 밝히면서 그 구체적인 적용을 위해 지역 교회의 재판관인 교구장들이 책임감을 갖고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별거 또는 이혼 가정의 자녀들과 관련, 교황은 우선 그 부모들에게 “자녀를 볼모로 잡지 말라”고 호소한다. 부모는 별거 중일지라도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좋은 말을 들으며 자라야 한다. 교회는 이혼 부부들에 대해 그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교황은 강조한다.
일부 복잡한 상황들(247~252항)
여기서 교황은 가톨릭 신자와 타 그리스도교 신자의 혼인, 가톨릭 신자와 비그리스도교 신자의 혼인, 그리고 동성애 가정과 한 부모 가정 등에 대해 언급한다. 가톨릭 신자와 타 그리스도교 신자의 혼인은 혼인 그 자체의 내적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일치 운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혼인성사 때에 타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성체를 모시게 하는 일은 관련 규정에 따라야 한다.
비그리스도교 신자와의 혼인은 종교간 대화의 자리도 되지만 자녀 신앙 교육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교황은 이런 타종교 혼인 가정이 증가하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이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 차별화된 사목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함을 보여준다”(248항)고 밝힌다.
사회법적으로 혼인한 사람이 이혼하고 재혼해서 세례를 받으려 할 때에도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곧 혼인 장애(조당)의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 경우에 주교는 그 부부의 영적 안녕에 적절한 사목적 식별을 해야 한다”(249항)고 주문한다.
교황은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이들에 대한 인격적 존중과 차별 금지를 강조하지만 동성애자들의 결합은 혼인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와 함께 외부모(한부모) 가정에 대해 “이유가 무엇이든지, 외부모는 그리스도 공동체의 다른 가정과 본당의 사목 단체의 도움과 위로를 받아야 한다”(252항)고 강조한다.
죽음의 가시가 박힐 때에(253~258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서 사별 가족의 아픔과 그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언급한다. 사별해 혼자 사는 이들, 친지가 없는 이들에 대해 특히 그들이 가난할 경우 교회 공동체는 특별한 관심과 배려로 보살펴야 한다.
교황은 이와 함께 죽음이 끝이 아니요, 새 삶으로 옮아가는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고통 속에 슬퍼만 하기보다 부활에 대한 희망으로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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