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과 효심으로 이룬 성전-
<인테리어>

파이프 오르간도 고심 끝에 어렵게 설치했는데 그야말로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이었다. 제대로 반주자만 만나면 얼마나 좋았으랴! 생각 같아서는 자주 파이프 올갠 연주회도 열고 음악회도 하면서 이 아름다운 성전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파이프 올갠의 밤’,‘순교자의 밤’등 기회 되는 대로 성전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성지로서의 의미도 부각시키고 싶었다. 성당 내부로 보면 파이프 오르간은 성당 인테리어의 끝판왕이 되었다. 완성이라고나 할까..? 자아도취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성전에 앉아 숙련된 반주자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고 있으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 아닌가?!’착각할 만큼 시각과 청각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것만 같았다.

조명은 또 어떤가... 밀크 화이트 빛깔의 벽과 체리 빛이 감도는 브라운 톤의 기둥과 장궤틀, 화려한 제대와 제대 못지 않게 아름다운 감실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반짝이는가...!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따뜻한 조명을 설치하고 싶었다. 밝으면서도 형광등이나 할로겐처럼 창백한 느낌이 들지 않는 백열등 색깔의 따사로운 조명... 그래서 수많은 조명 책자들을 뒤져보고 조명 가게를 뒤져봐도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조명 책자에서 매화 모양의 전등을 찾았고 여러 번 달아 올려 테스트해본 결과 매화 꽃 모양의 비쥬얼과 밝으면서도 따뜻하고 화사한 조명빨이 너무 맘에 들었다. 2층 성가대까지 설치하고 전원을 켜니 천장에 마치 매화꽃이 만발한 듯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신자들의 면면이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이다 보니 밝으면서도 따듯한 조명을 찾아왔는데 생각한 대로 거의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마당 곳곳에 설치한 가로등도 고전적이면서도 따뜻한 색상의 조명으로 계속 진화했다. 야간에도 천천히 걸으며 기도하고 묵상하고 사색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이 어두워서 넘어지지 않도록... 그래서 밤에도 혼자서 묵주기도를 하거나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에 잠길 때 참 좋았다. 사제관에서는 열린 창문 사이로 그윽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대낮에 밝은 해가 주는 에너지와는 또 다른 고요하고 평화로운 달과 별이 만들어내는 그윽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성당도, 사제관도, 교육관도 외벽에 설치한 조명으로 인해 건물의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나는 간접 조명의 효과도 만족스러웠다. 성당 내부 벽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빛은 예술임이 틀림없다. 한밤에도 성당 종탑까지 성당 윤곽이 보이도록 경관 조명(?)을 약식으로 설치했다. 성모상은 밤에도 지나가는 신자들이나 주민들도 볼 수 있도록 바닥에 조명을 설치하여 위로 비쳐서 얼굴이 보이도록 했다.

교육관도 강당 같은 이미지를 벗어나 밝고 예뻤으면 했다. 그래서 인테리어 업자와 함께 흡음도 도모하면서 예쁘게 꾸몄다. 무대도 극장 무대인 듯 운치 있게 꾸몄고 너무 높아서 울리던 천정을 낮추어 방음 효과도 좋아졌다. 책을 읽고 믿음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교우들에게 일부 책을 받고 대부분은 내 책을 기증하여 도서관처럼 꾸몄다. 얼마나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2층 회의실에도 십자고상과 달력, 그리고 성화 한 두 점씩 걸고 흡음재를 붙였더니 한결 아늑해졌다. 테이블과 의자는 색상, 이미지를 고려해 좋은 상판과 튼튼한 다리로 제작 설치했고 이동이 용이하도록 했다. 그렇게 인테리어는 나의 갈망과 열정, 감각에 맞게 꾸몄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자전거 타는 신자들이 꽤 있어서 자전거 거치대도 멋있으면서도 튼튼하게 맞춤으로 제작 설치하고 전동차 타는 어르신들을 위해 비치대를 설치했다.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늘어놓으면 지저분하고 어수선하기에 이 장치를 설치하니 가지런해서 좋았다.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썼던 것일까?... 할 만큼 해놓고 보니... 만족스러우면서도 피곤했다. 저걸 나중에 매고 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도 노심초사 잠을 못 이루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하면서 애썼던 그 노고를 누가 알까... 하느님만은 아시겠지... 언젠가 수많은 사람들과 순례객들이 이 성지와 성당에 발걸음을 올리고 그네들 마음속에 이 아름다운 성전이 아로새겨져 머지않아 성지로 개발이 되고 문화재로 지정되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 아름다운 성당에서 혼례를 치르는 부부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봄이면 홍매화, 매화, 살구꽃, 목련이 흐드러지고 꽃잔디 향기로이 퍼져나가고 영산홍 화려하게 수를 놓으면 성모님의 밤이 피어나겠지... 여름이 가까우면 함박스럽고 어여쁜 장미꽃이 열리고 무더운 여름에는 느티나무 푸르러 그늘을 드리우고 배롱나무 곱게 피어날거야... 명품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르고 가을에는 단풍나무 빨갛게 물들고 참나무도 그렇게 가을이 익으면 찬 서리 허옇게 내리고 한겨울엔 소복이 쌓인 눈이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을 피워내겠지... 가지가 꺾이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낙엽 쓸고 눈 치우는 일이 힘들어도 낭만으로 느낄까... 신자들의 면면이 노쇠하여 저으기 걱정은 되지만 누군가는 하겠지, 지켜주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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