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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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요한 세례자의 고백 “그분은 더 커져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참 빛 사랑 2024. 9. 25. 16:49
 
 
(작품 1) 성 요한 세례자: 97.5 x 66cm, 템페라, 크레타, 17세기, 아테네 비잔틴 미술관. “보십시오. 말씀이신 하느님, 헤롯은 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저를 처벌하였습니다”라는 글이 쓰여있다.
날개 단 천사로 요한 세례자 표현한 이콘
그가 하느님께서 보낸 사람임을 상징


하느님께서 주신 분수(分數), 요한 세례자


독일 유학 시절,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의사 진단으로는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라는 건선이 생겼습니다. 피부병이 일 년에 몇 번씩 온몸을 빈틈없이 휩쓸고 지날 때는 보리 까끄라기 더미를 이불 삼아 자는 것 같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왜 그리 어려움이 겹치는지, 하느님께서 나의 처지를 알아주셨으면 하고 원했습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왜 그리 낯선지, ‘나’를 넣어 한 폭의 풍경화를 내가 그린다면 주님과는 달리 내 마음에 들 그림을 그렸을 터인데⋯. 당시 내 바람과는 다르게 내 모습을 그리셨지만, 내게는 낯설어도 그러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나를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옹기가 옹기장이더러 ‘왜 나를 이렇게 작게 만들었느냐?’고 투정을 한다고 해서 그 소원대로 맞춰주다 보면, 그릇들은 모두 커져야만 할 것입니다. 그릇은 각자 모양이나 크기대로 쓸모가 있어서 음식을 담다 보면 골라 쓰기 마련입니다. 간장은 간장 종지에 담겨야 쓰기에 편하고 어울리는 것처럼, 모든 그릇은 각자 정해진 대로 쓰일 것입니다.

그릇조차 쓰임새에 맞춰 빚어졌는데 “빚어진 것이 자기를 빚은 자를 두고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할 수 있느냐?”(이사 29,16)하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어찌 감히 우리가 탓하랴! 나는 요한 세례자가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고 말한 것에서 그의 겸손을 느낍니다.

마태오 복음서(마태 3,1-6 참조)에 의하면 요한 세례자는 유다의 광야에 살며 낙타 털옷에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습니다. 예루살렘과 유다에서 온 많은 사람이 요르단 강가로 와서 그들의 죄를 고백하고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는 광야에서 스스로 죄인으로 자처하며 주님께서 오시게 된다는 것을 알렸으며,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 세례를 받게 하였습니다. 오시기로 된 주님을 성령을 통해 알아보고 그분이 주님이라고 모든 이에게 알렸습니다.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말라 3,1)하고 하느님께서는 길을 닦을 사람을 미리 보내실 것임을 말씀하십니다. 유다인들은 사제와 레위인들을 보내 요한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요한 세례자는 본인은 그리스도가 아니고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23)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 찾아가자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오?”하면서 그분의 세례를 거절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마태 3,14-15)하고 대답하셨습니다.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올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께서 예수님 머리 위에 비둘기 모습으로 오십니다. 그 후부터 요한 세례자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이콘에서 요한 세례자의 왼손은 하늘 쪽으로 향하고, 성령을 보았다는 표시를 합니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요한 1,33-34)라고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요한 세례자의 모습을 날개 달린 천사로 표현한 이콘이 있습니다. 그의 삶이 거룩해서 천사 같은 삶을 살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앞서 오기로 한 사자(使者, 보내진 사람)란 내용에 따라 요한 세례자에게 날개를 그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자임을 나타냅니다.(작품 1)

아담이 죄를 지은 후 스스로 부끄러워 숨어있는 그에게 하느님께서는 가죽옷을 만들어 그와 그의 아내에게 입혀주십니다.(창세 3,21) 이처럼 요한 세례자는 낙타 털가죽으로 만든 옷에 가죽끈을 둘러매어(마태 3,1-6) 죄지은 이후의 아담을 상징하려 했습니다. 낙타 가죽옷은 광야에서 필요하나, 일반적인 옷은 아닙니다. 즉 가죽옷 입은 아담처럼 스스로 죄인으로서의 고행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누구라고들 하느냐?'' 라고 물으셨습니다. 어떤 이는 세례자 요한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엘리야라고 하고, 어떤 이는 예언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는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말씀드립니다.(마태 16,13-16)

요한 세례자는 스스로 훌륭하게 요약해 말하였습니다. “사람은 하늘이 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 앞에 사명을 띠고 온 사람이라고 말하였는데, 너희는 그것을 직접 들은 증인들이다. 신부를 맞을 사람은 신랑이다. 신랑의 친구도 옆에 서 있다가 신랑의 목소리가 들리면 기쁨에 넘친다. 내 마음도 이런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27-30)고 고백합니다.

요한 세례자는 본인의 역할이 직접 ‘말씀에서 빛’으로 오신 분을 알리는 하느님의 사자(使者)임을 알고 행동한 훌륭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는 갈수록 작아져야 할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아들은 갈수록 커져야 하고, 그의 자리는 새로운 아담, 즉 이제 막 옷을 벗은 아담, 가죽옷에서 해방된 사람, 하느님의 아들인 그에게 내주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하느님의 섭리를 알고 분수(分數)를 아는 참된 사람이었습니다.

 
(작품 2) 잠 못 이루시는 하느님: 70 x 65cm, 템페라, 이콘 마오로 미술관, ‘보라,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께서는 졸지도 않으시고 잠들지도 않으신다.’(시편; 121,4)라는 내용이다. 소년 예수님으로 표현한 하느님 뒤에는 생명의 나무가 서 있다. 옆에 성모님께서 청원의 기도를 드리고 있고, 미카엘 천사는 수난의 도구를 들고 있다.

천사

천사들은 예수님 탄생 때처럼 여기서는 그들의 주인이며 인간으로 낮추어 오신 주님을 흠숭하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들고 있는 수건은 흠숭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흔히 세 천사를 등장시킴으로써 참나무가 있던 마므레의 아브라함에 발현했던 세 천사를, 네 분의 천사는 네 복음에서 나오는 말씀을 흠숭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전체적으로 그들의 등장은 죄 있는 인간을 대표로 하는 요한 세례자와 그에게 가는 그리스도의 위치를 들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볼때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보여줍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에 의해 만들어진 험악한 벼랑과 골짜기를 메우기 위해 사람과 하느님 간의 가교를 만들었음을 강조합니다. (작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