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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사진 한장의 ‘인격살인’ 딥페이크… 디지털 윤리 교육 절실하다

참 빛 사랑 2024. 9. 23. 18:01
 
AI로 만든 가상 인물. 사진 한 장으로 실제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영상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돌보되, 어릴 적 교육을 강화하고 어른들이 동반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딥페이크(deepfake)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혼성어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대상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에서 지인이나 일면식도 없는 일반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피의자의 상당수가 10대로 드러나면서 촉법연령 하향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 형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마다 나오는 비슷한 대응들이다. 교회적 시각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딥페이크 성범죄 현실
사진 한장으로 누구나 쉽게 제작 
텔레그램 등 통해 확산·소비 
범죄 피의자 중 73%가 10대

범죄 폐해 
피해자 대부분도 청소년 
인격살인으로 깊은 상처 남겨 
피의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제기
근본적 대책 안돼  

예방하고 막는 방법은 
청소년들, 매체 사용의 규율 익히고 
근본적으로 윤리 교육 선행돼야
생명·책임·인격에 대한 교육 제도화  
어른들 함께하며 올바른 가치 심어야 






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

“10년 전 영상이라 화질도 좋지 않았는데, 가는 곳마다 알아봤다더군요. 지금껏 은둔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게 다행일 정도였어요.”

취재차 방문한 영상유출삭제 업체가 전해준 말이다. 어느 하나 절박하지 않은 사연이 없었다. 동영상 삭제전문 탑로직 박용선 대표는 “아무리 사소한 영상이라도 본인에게는 생사를 넘나들만큼 고통스러운 흔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지금은 사진 한 장으로 딥페이크 영상이 만들어지면서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딥페이크 범죄가 10대 문제로 좁혀지면서 사회적 공분은 걷잡을 수 없게 일어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 피의자의 73%가 10대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들이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 부모뿐 아니라 가해자 부모까지 영상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영상유출삭제 전문업체 사라짐컴퍼니 최태운 대표는 “근본적인 원흉은 텔레그램에 있다고 보지만, 딥페이크 피해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무료로 처리해주고 있다”고 했다.

합성 영상이라고 하지만, 실제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는 “피해자 입장에선 인격살인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문화 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냥 합성 정도의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라며 “공감 능력 부족해 상대를 학대하면서 성적 만족을 느끼는 가학 성애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국회는 지난 4일 가해자의 촉법소년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권에서도 딥페이크 범죄 처벌을 위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현행 법률에서는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7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 신부는 “어릴 적 트라우마는 평생 이어지고, 치료하기도 매우 어렵다”며 10대라도 가해 행위시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영상 삭제를 의뢰받고 관련 업무 진행 중인 탑로직 박용선 대표.


근본적 대책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형사처벌 강화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승한(라파엘) 변호사는 “어른들을 가지고 노는 듯 보이는 형사책임 무능력자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가해자인 10대들이 형사책임을 오롯이 지게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 윤리에 대한 선행교육과 사회적 제도의 뒷받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어린 학생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멀리 보면 오히려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선 대표는 나아가 현재 시스템을 만든 기성세대의 잘못을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수년 전 ‘딥 러닝’ 교육을 통해 공개적으로 아이들에게 합성 기술을 알려주면서도 정작 디지털 윤리교육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거기에 텔레그램 같은 플랫폼이 나오면서 무법천지가 된 상황을 근본 문제로 봤다. 박 대표는 “지금 모든 초점이 촉법연령 하향, 법적 형량 늘리기에 맞춰져 있는데, 그렇게 해선 절대 이 문제를 잡을 수 없다”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분명히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른들부터 디지털 윤리·플랫폼 윤리 문제를 똑바로 보고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음란물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매체나 기술이 나올 때마다 가장 빨리 확산됐으며, 기술발달을 견인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 전문가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베네딕토) 소장은 “딥페이크가 나오는 것 자체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딥페이크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내 성적 만족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고 버리는, 사람을 물건이나 도구로 취급하는 잘못된 태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독 우리나라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이 많이 제작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교육도 없고, 처벌하는 법도 없어서 왜곡된 성적 윤리관이 무의식에 자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자연법적으로 내재된 생명·책임·인격에 대한 내용을 국가 차원에서 법제화해 학교 교육에 적용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들은 매체 사용시 절제와 규율을 익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서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도록 힘써야 한다. 교육자나 전문가와 함께 거기에 대하여 토론하며 올바른 판단법을 배워야 한다.”(「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10항)

교회는 이미 60년 전 매체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청소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권고 「복음의 기쁨」 64항에서 “우리는 수많은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도덕적 문제를 매우 피상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고, 도덕적 가치들 안에서 우리가 성숙하는 길을 제시해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가르쳐야

결국 교육이다. 홍성남 신부는 “영유아기에 형성된 인격이 평생을 좌우한다”며 “디지털 성윤리 교육을 비롯한 인성교육도 축구 영재 발굴하듯 아주 어릴 때부터 집중해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달 과정 안에서 청소년기에 시행되는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도 딥페이크 발생 학교 지도상에 올라있다”며 “24년 교사생활 중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전문강사를 초청해 교육도 하고 개인지도도 하지만, 교육으로 온전히 효과를 보기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실적 한계 앞에 사회 시스템 보완의 필요성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사실상 드러난 문제만 처리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그러는 와중에 학교 부적응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는 ‘돈보스코 wee스쿨’ 상담부장 황현철(살레시오회) 신부는 ‘동반의 가치’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곳은 교사가 학생들과 하루종일 함께합니다. 수업이 끝나도 교사가 교실에 남아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수업 준비 때문에 교무실에 가면 아이들도 따라오고요. 그러다 보니 자기들끼리의 비밀 얘기도 교사들과 공유하고, 이번에도 아이들이 먼저 딥페이크 문제를 꺼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심할 것들과 무분별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조언해줬고요.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세상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어른들이 동반하며 올바른 가치를 계속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뽑아냅니다. 학교에서 손가락질만 받고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리던 아이들이 눈빛 자체가 변하는 걸 직접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른부터 희망을 놓아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