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사도 순방길에 오른다.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해 파푸아뉴기니와 동티모르(티모르 레스테)를 거쳐 13일 싱가포르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는 총 12일간의 대장정이다.
교황 재임 기간 중 가장 긴 해외 순방 일정이다. 비행 거리만 3만 3000㎞에 달한다. 87세 고령인 데다 무릎 관절염 때문에 보행이 불편한 교황에게 다소 버거운 여행일 수 있다.
방문지의 종교 간 갈등과 치안·경호상의 불안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교황이 내전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2015년)과 이슬람 테러 조직의 위협이 도사리는 이라크(2021년)를 방문하기 직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테러방지청 요원들이 8월 1일 자카르타 성모승천대성당 안팎을 보안 점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서 주교와 사제, 남녀 축성생활자, 신학생 등을 만날 예정이다. UCAN
‘외로운 늑대’ 출몰 경계
첫 번째 방문국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전체 인구 2억 7000만 명 가운데 87%가 무슬림이다. 그리스도교 인구는 11%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는 중동의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개방적이다. 종교적 극단주의도 덜한 편이다. 하지만 21세기 초반 그리스도인을 표적으로 삼은 종교적 혐오 성격의 테러가 수십 건 발생했다. 3년 전에도 한 무슬림이 남부 술라웨시주 마카사르의 예수성심대성당 밖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시도한 적이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31일 자바주에서 예배당 폭탄 테러 용의자를 체포한 후 대대적인 종교시설 보안 점검에 들어갔다.
대테러 당국은 특히 교황 방문 기간에 이른바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출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외로운 늑대란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혼자 범행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파푸아뉴기니는 사회 혼란이 우려된다. 올해 1월 10일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폭동이 발생해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공무원 임금 삭감과 세제 개편안으로 촉발된 ‘검은 수요일’ 폭동이 다른 도시로 확산하면서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폭력 사태를 개탄하고 교회 활동가들까지 폭동에 가담한 사실에 부끄러움을 표시했다. 비상사태 선포 한 달 만인 2월에는 부족 간 무력 충돌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 오세아니아의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파푸아뉴기니는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높은 범죄율을 보이고 있다.
주변국 지원으로 경계 태세 강화
동티모르는 4개 순방국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나라다. 인구 130만 명 중 97%가 가톨릭 신자다. 10일 수도 딜리에서 봉헌되는 교황 집전 기념미사에 국민의 절반 이상인 7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치안·정보 인프라가 부족한 동티모르는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호주·미국 등으로 구성된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지원을 받아 교황 방문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방문국인 섬나라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무슬림 인구가 대다수인 이웃 나라 말레이시아에서 무장 단체가 교황 방문 반대 집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이슬람교도들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친이스라엘 성향의 싱가포르에 대해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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