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 운동 활동가가 '조력 자살 반대' 문구가 적인 팻말을 들고 있다. OSV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조력 자살 합법화를 요구하는 법안이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스코틀랜드에서 조력 자살 법안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바티칸뉴스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의회 보건위원회는 8월 16일 ‘말기 성인을 위한 조력자살법(Assisted Dying for Terminally Ill Adults)’에 대한 의견 청취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심의 과정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3월 스코틀랜드 자유민주당 소속 리암 맥아더 의원이 발의한 법으로, 16세 이상이며 스코틀랜드에서 최소 12개월 이상 거주한 성인이 연명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경우 조력자살을 허용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법안 대표 발의자인 맥아더 의원은 지난 3월 법안 발의 당시 “환자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데 있어 자율성과 통제권을 주고 더욱 존엄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게 법안의 목표”라며 “이는 스코틀랜드를 더 자비로운 사회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지 종교계는 ‘생명의 존엄함’을 거듭 강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는 의견 청취 종료 직후 스코틀랜드 개신교·이슬람교 등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해당 법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병에 걸린 이들은 치료보다 먼저 ‘죽음’을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주교단은 법안 발의 직후인 지난 3월에도 ‘죽이지 말고 돌보라는 부름(Called to Care, Not to Kill)’을 주제로 사목 서한을 내고 “해당 법안은 노인·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위험한 소용돌이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교단은 또 “조력자살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는 행동”이라며 “하느님 사랑의 결과인 소중한 생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력자살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지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이는 병든 이, 장애를 가진 이들은 사회의 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죽음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압박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의회가 조력자살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2010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발의한 법안은 찬성 16표·반대 85표(2010년), 찬성 36표·반대 82표(2015년)로 부결된 바 있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는 이번 법안 역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세계적인 기류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선 각 당에서도 의원 각자의 생각에 따라 자율적으로 투표할 방침”이라면서 “현재까지는 의회 내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미국의 일부 주를 포함해 전 세계 11개국에서 조력 자살을 허용한 상태”라며 “확률은 낮으나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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