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발라 추기경이 5월 16일 가자시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폐허가 된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OSV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휴전입니다. 서로 무기를 내려놔야 합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 상황에 우려를 전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이탈리아 ‘리미니 회의’ 개회를 하루 앞둔 8월 19일 바티칸뉴스 등 외신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지금 당장은)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궁극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휴전을 통해 전쟁을 멈추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중동 전체의 혼란을 잠재울 정치적·종교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바닥부터 시작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특히 ‘상호 거부의 언어’ 확산을 우려하며 “서로의 이야기는 무조건 부정하고, 뿌리 깊은 증오와 불신·경멸의 태도로 서로를 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서 “정치권은 물론 종교 간에도 서로 분열됐으며 제도적 차원에서는 서로 대화를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일을 위한 재건에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열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며 “공동체 간 대화를 통해 평화를 향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초토화된 성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작은 희망’을 전하고 있는 교회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있는 600여 명의 신자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진료소를 열어 부상자를 돌보고 1년 동안 문을 닫는 학교를 다시 여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비록 부족하더라도 이들이 ‘억압의 망토’를 벗도록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평화를 향한 교회의 외침에도 전쟁이 성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을 넘어 레바논 등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소아마비 확산 등 지역 내 보건 위기 또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과 세계보건기구(WHO)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을 중심으로 소아마비가 창궐할 우려가 있다”면서 “해당 지역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7일간 전투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임시 휴전을 통해 가자·서안 지구 주민들이 각 지역 보건 시설을 찾아 소아마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최근 가자지구 내 폐수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현지 소아마비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백 명의 난민이 오염된 물에 노출돼 있어 소아마비가 발병할 경우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이에 대비해 팔레스타인에 배치되는 정규·예비군을 대상으로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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