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한 어머니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아이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OSV
“독성 강한 정치가 재앙을 부채질합니다. 그 정치의 기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종교적 열정으로 설명되는 극단적 민족주의입니다.”
이스라엘 예수회원이자 성서학자인 데이비드 노이하우스(David Neuhaus, 61) 신부는 이-팔 분쟁의 본질을 이렇게 꿰뚫었다. 그러면서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조롱 섞인 비난을 받는 이-팔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종교와 정치가 뒤섞인 극우 민족주의를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이하우스 신부는 최근 교황청 선교통신 피데스(Fides)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서 기승을 부리는 민족주의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친이스라엘 시각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부모를 따라 15살에 이스라엘로 이주한 독일계 유다인 2세다.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성서학을 전공했다. 또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가톨릭 신자들을 사목한 경험도 있다. 성서학자이자 정치학자, 그리고 사목자의 시각으로 이-팔 분쟁을 통찰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데이비드 노이하우스 신부.
-이스라엘의 군사적 해결책, 하마스 섬멸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십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모든 전쟁은 패배!’라며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하십니다. 군사 작전에서 논리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이스라엘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하마스 기습은 몇 가지 통념을 무너뜨렸습니다. 무적이라는 자국 군대가 수백 명의 무장 세력에게 허를 찔리고, 유다인들이 (세계를 떠돌다 정착한) 안전한 고향에서 학살당한 것이지요. 슬픔과 불안, 분노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합니다. 승리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하마스 섬멸? 하지만 그것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포함한 가자지구 초토화로 해석됩니다. 상대를 악의 화신으로 간주한 것이지요. 이스라엘 언론인 알론 골드스타인이 이렇게 썼더군요. ‘우리는 비열한 생물, 환생한 나치, 아말렉(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 명령에 따라 무찌른 이민족)과 마주하고 있다. 눈을 깜빡이거나 의심해서는 안 된다.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후손만 바라봐야 한다. 온 힘을 다해 공격을 퍼부어 적 아랍의 무릎을 꿇려야 한다…’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 80% 이상이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합니다. 하마스 공격을 초래한 명백한 실정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는 정치 인생이 끝났다는 것을 알기에 전쟁을 끝내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이 전쟁은 또한 서안지구에서 유다인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가리는 은폐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두 국가 해법’을 다시 얘기합니다. 이 전망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보십니까.
유엔이 1947년 팔레스타인을 유다 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로 분할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정당성은 팔레스타인 건국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국가를 세우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 명이 이스라엘 내에서 2등 시민으로 살아갑니다. 또 500만 명 정도가 이스라엘이 1967년(제3차 중동전쟁) 점령한 영토에서 살고 있습니다. 민족은 두 개이지만 국가는 하나뿐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들어가 정착촌을 넓혔습니다. 그곳 주민들의 비참한 상황이 하마스 극단주의를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양측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은 두 국가 해법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두 국가 해법은 그저 희망 사항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The Haare tz)는 ‘이스라엘 극우파를 불태워라’는 제목의 6일 자 사설에서 현 정부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메시아주의와 카한주(총리 관저 소재지) 극우파가 이 전쟁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요인이 전쟁 시나리오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메시아적 망상이 시오니즘을 괴롭혀 왔습니다. 1967년 전쟁 이후 민족주의와 종교 근본주의가 결합한 시오니즘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유다인 정착민들은 국제법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점령한 성경의 도시 헤브론과 세겜(현 나블루스)으로 이주했습니다. 하느님이 그곳을 차지해 다스리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 도시를 텔아비브(수도)나 하이파(북부 최대 도시)보다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지역 교회 활동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교회는 하마스건 시오니스트 정착민이건 모든 인간은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됐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예언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순진(nave)’해도 됩니다. 순진해야 내일은 오늘과 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장려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자발라 총대주교님은 최근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랑과 평화의 용기를 내야 한다. 그래야 증오와 복수, 고통이 우리 말과 생각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의 말씀대로 교회는 그렇게 해야만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 교회는 1920년대부터 유다 민족주의가 꿈틀대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교회는 이 중요한 역할을 계속 해야 합니다. 하마스의 테러를 규탄하고 이 지역 불안정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교회 역할입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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