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베이징을 방문한 홍콩교구장 초우 사오얀 추기경(왼쪽)이 ‘구세주 성당’이라고 불리는 북당(北堂)에서 베이징대교구장 리 샨 대주교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OSV
중국 베이징대교구장 리 샨(Li Shan, 58) 대주교가 14일부터 5일 일정으로 홍콩교구를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홍콩교구장 초우 사오얀 추기경이 애국회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이다. 애국회(CPCA)는 중국 공산당 산하 천주교 관변 조직이다.
리 샨 대주교는 중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성직자다. 주교위원회(교황청 미인가 주교회의) 부의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해 8월부터 애국회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바티칸을 비롯한 보편 교회와의 교류는 없다. 중국이 교황청과의 합의를 어기고 지난 4월 상하이교구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했을 때, 그도 다른 주교들과 함께 새 교구장 착좌 미사를 집전했다. 당시 교황청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본토와 홍콩 교회 교류 본격화
그의 홍콩 일정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홍콩교구는 교구 누리방에 “상호 교류 증진을 위해 교구장을 비롯한 교구 관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만 짧게 공지한 상태다. 초우 추기경의 베이징 방문 성격에 비춰 홍콩교구와의 교류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방문은 본토와 홍콩 교회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토 교회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홍콩이나 대만 교회와 공식적으로 교류한 적이 거의 없다. 홍콩교구장의 본토 방문은 1985년 우쳉충 추기경이 처음이었다. 초우 추기경이 두 번째다.
홍콩 교회는 여러 면에서 분수령에 있다. 젠 제키운 추기경(재위 2002~ 2009년)은 중국의 인권 및 종교 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본토 교회 지도자들에게까지 ‘기피 인물’이 됐다. 게다가 홍콩 사회는 최근까지 친중파와 친민주주의파로 갈라져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종교 자유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브뤼셀의 유럽의회는 최근 홍콩의 종교 자유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제목은 ‘내 영혼을 팔아라(Sell Out My Soul)’이다.
초우 추기경은 예수회 출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년 전 주교로 임명하고 최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교황은 민주주의 진영과 친중파는 물론 홍콩과 베이징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줄 인물로 초우 추기경을 발탁했다.
초우 추기경의 일관된 키워드는 ‘다리가 되어주는 교회’다. 최근 추기경 서임 감사 미사에서 “본토 교회와 다리를 놓는 것은 정치적 전략이 아니라 삼위일체적 친교에 그 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월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홍콩교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때부터 ‘가교 교회’가 되라는 사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교 교회’는 과거 대만 교회에 맡겨진 사명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화하고, 모든 국가에 대만과의 단교를 수교 조건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대만 교회는 그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
우려와 비판 어떻게 극복할까
홍콩 교회 앞에도 장애물은 많다. 우선 초우 추기경은 민주주의 진영과 본토 지하교회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 초우 추기경이 베이징에서 돌아왔을 때 “탄압받는 지하교회는 외면하고 공산당 관리나 다름없는 애국회 지도자들만 만나고 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애국회를 비롯한 리 샨 대주교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면 홍콩교구도 애국회 체제 안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크다.
초우 추기경은 현재 애국회 관계자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통제를 거부하며 사도좌와 일치하는 지하교회 신자들은 당장 만나기 어렵다. 또 홍콩 교회는 베이징의 종교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홍콩 교회는 매년 봉헌해온 천안문 민주화 시위(1989년) 희생자 추모 미사를 2년 전에 중단했다. 앞으로 오성기를 게양하고 국경절(건국기념일) 기념 미사를 봉헌해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홍콩 성공회는 지난 10월 1일 성요셉대성당에서 강론대 옆에 오성기를 게양하고 국경절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사전에 성공회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초우 추기경은 역할과 미래를 낙관한다. 지난 5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홍콩과 본토 교회 사이에 오해나 편견은 있을지언정 적대감은 없다”며 “내 역할은 더 많이 듣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빌타 카톨리카」 와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의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 위반에 대해 “앞으로 더욱 정기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진다면 더 명확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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