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11일 바티칸에서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오른쪽 가운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의장 의 예방을 받고 있다. OSV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 위기가 악화 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COP28을 통해 보일 국제 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그동안 공동의 집에서 일어나는 기후 위기 상황에 가장 선두에서 관심을 보여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1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참석할 예정이어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교황은 12월 2일 총회 현장에서 COP28 참가자를 대상으로 연설하며 각국에 ‘기후 위기 대응 메시지’를 전한다. 교황의 메시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자국 중심 대응에 경종을 울리고 더 효과적인 기후 변화 대응책 마련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COP28에 대한 교황의 기대는 10월 4일 발표한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에 잘 드러난다. 문헌은 구성 자체가 COP28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황은 6장의 문헌 중 제5장 전체를 COP28에 대한 기대를 전하는 데 사용했다. 국제적인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이 답보 상태에 빠진 가운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열리는 ‘기후 회의’에 국제사회의 효과적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교황은 2~4장에서도 국제적 기후 위기 상황과 기술 지배 패러다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국제 정책의 빈약성, 기후 회의의 진전과 실패를 다루며 지지부진한 국제 사회의 대응을 지적한다.
교황은 새 권고를 통해 “COP28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COP28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인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더불어 ‘기술적 해결책을 추구하는 경향’의 전환이 이뤄지는 계기로 만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 가운데 교황은 기술 지배 패러다임에 대해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믿으면서 우리 자신이 그 고유한 일부임을 망각하게 한다”며 “우리 공동의 집에 어떤 참된 관심도 기울일 수 없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황은 “(기술적 해결책 등) 미봉책의 논리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할 위험이 있다”면서 “그러는 동안에도 그 표면 아래에서 우리가 일조하고 있는 악화는 계속 진행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효과적인 기후 위기 대응의 출발은 ‘공동선’을 바탕으로 한 국제적 협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과거의 접근 방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 지구 차원의 공동선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권위를 부여받은 더욱 효과적인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교황은 기업ㆍ국가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이기적 태도를 버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을 넘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측면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교황의 뜻이다.
교황은 “모든 이, 모든 종교인이 (기후 대응에)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우리의 보금자리인 세상과 이루는 화해를 위해 일하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한 것”이다. COP28에서 전할 교황의 말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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