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세계교회

아동 성학대 소송 해결 위해 ‘파산’ 신청하는 미국 교회

참 빛 사랑 2023. 9. 4. 19:22
 
 
미국 샌프란시스코대교구는 아동 성학대 관련 소송 해결을 위해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법원에 신청했다.
 

미국 가톨릭교회가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범죄 대가를 치르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대교구는 8월 21일 아동 성학대 관련 소송 해결을 위해 파산법 11조(Chapter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법원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대교구장 살바토레 코르딜레오네 대주교<사진>는 앞서 8월 초 교구를 상대로 제기된 500건 이상의 민사 소송에 대응해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한 바 있다.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는 “이를 신청하면 소송 사건을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위기를 더 빨리 해결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정한 배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배상 최선책

파산법 11조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파산보호제도다. 법원이 기업(샌프란시스코대교구)의 채무이행(소송 대응 및 배상)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절차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대교구는 피해자들과 합의를 통해 매각 가능한 자산 범위 내에서 배상금 지불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는 파산보호 신청 당일 성명을 통해 “(책임 회피가 아니라) 학대 생존자들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배상을 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범죄와 관련해 수십 년 전 사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공소시효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미 오클랜드교구와 산타바바라교구가 수백 건의 소송에 직면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는 학대 주장의 대다수가 수십 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고, 그중 대부분은 “사망했거나 더는 성직에 있지 않은 사제들”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미 전역에서) 최소 13개 교구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으며, 18개 교구가 파산 절차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파산보호는 대교구 법인체에만 적용된다. 본당과 학교, 기타 다른 교회 시설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신자들과 지역사회를 위한 우리의 사명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대 생존자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이런 수치스러운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매주 한 시간씩 성체조배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교구민들에게 요청했다.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대교구ㆍ뉴저지주 캠튼교구ㆍ델라웨어주 월밍턴교구ㆍ뉴멕시코주 산타페대교구 등이 이 같은 파산보호 절차를 통해 줄소송 위기를 극복했거나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ㆍ포르투갈의 몇몇 교구가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활동 강화

바티칸과 서구 교회는 성범죄로 얼룩진 교회를 정화하면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는 성학대 범죄와 관련한 성직자 및 수도자의 행동 기준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교황청 복음화부와 협약을 체결했다. 교회 내 성범죄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난 아프리카ㆍ아시아ㆍ중남미의 피해 생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한 반성과 속죄는 ‘고통스럽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교황은 지난 5월 위원회 총회 참가자들을 만나 “성직자에 의한 미성년자 성학대와 교회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대처는 우리 시대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그로 인한 신뢰 추락이 “복음을 전파하는 우리의 역량 자체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회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잘 되고 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특별 주문했다. 고통스럽지만 꼭 해야 할 일이기에 개혁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