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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우크라이나 민간인 매장지에서 고개 떨궈

참 빛 사랑 2022. 9. 30. 17:45

매장지에서 시신 400구 발굴시신 사이 걸으며 3시간 동안하느님 자비 구하는 기도 바쳐

▲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이줌 외곽 숲 민간인 집단매장지에서 시신을 발굴해 옮기고 있다. 바티칸 뉴스 갈무리
 
 
 

“말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기도만이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9월 20일 하르키우 주의 도시 이줌(Izium)에서 발견된 대규모 민간인 집단매장지에서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수복한 이줌 외곽 숲에서 최소 400기의 민간인 시신을 발견했다.

현지 교회의 주교와 함께 집단매장지를 찾아간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참상에 어안이 벙벙했다”고 교황청에 알려왔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전쟁이라는 현실이 존재하고 전쟁에는 자비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며 “시신 사이를 걸으며 3시간 동안 하느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바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줌에서 러시아군이 점령 기간 저지른 감금과 고문, 살인, 암매장 같은 전쟁범죄 흔적이 쏟아져 나왔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현지 구조대원들은 슬픔과 분노를 억누른 채 비닐 방역복을 입고 매장지를 파헤쳐 시신을 발굴하고 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젊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사려 깊은 방법으로, 조용하고 완전한 침묵 속에서 시신을 옮기는 모습은 일종의 ‘예식’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오직 복수만 존재할 법한 자리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며 “(그 순간) 악은 선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어디에나 죽음을 남긴다”며 “러시아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즉각적인 전쟁범죄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친밀함과 연대를 전하기 위해 개전 이래 4번째로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이다. 추기경 일행은 지난 17일 구호물품을 싣고 이동하던 중 자포리자 인근에서 총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