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대회 폐막… 평화에 대한 공동의 열망 나눠
프란치스코 교황이 형제애를 회복해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함께 봉사하자고 세계 종교 지도자들에게 호소했다.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대회에 참석한 교황은 15일 폐막식에서 “어리석은 전쟁 탓에 코로나19 대유행 문제가 악화한 터라 종교 지도자들의 만남과 대화는 더욱더 가치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테러와 폭력을 선동하고, 종교를 갈등의 근거로 삼으려는 세력에 우리는 집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진실하고 양도할 수 없는 종교의 본질을 재확인하고 함께 평화를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이번 대회에는 50개국에서 전통ㆍ종교 대표 108명이 참석했다. 교황은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대표하는 참석자들을 향해 “합법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보호받아야 한다”며 “종교 자유는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 권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데다 여러 문화가 혼재한 중앙아시아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카자흐스탄은 인구의 70%가 무슬림이다. 특히 교황이 “초청장이 도착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갈 수 있다”고 말하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있다. 교황은 출발 이틀 전 “이번 방문은 평화의 순례”라며 “평화에 대한 공동의 열망에 힘입어 많은 종교 대표자를 만나고 형제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와의 두 번째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교황은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키릴 총대주교를 직접 만나 전쟁 종식을 위해 함께 나서자고 호소할 계획이었으나 키릴 총대주교는 불참하고 대리인을 보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교회 측은 “키릴 총대주교와 교황의 만남은 열려있다”고 밝혔다.
성사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일부에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던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동도 이뤄지지 않았다. 교황이 13일 저녁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난 이튿날 시진핑 주석이 누르술탄을 방문해 대통령을 만났다. 시 주석이 원하면 얼마든지 회동할 수 있었지만, 중국은 바티칸의 물밑 접촉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소수의 양 떼’로 살아가는 가톨릭 신자들도 만났다. 카자흐스탄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황은 누르슬탄 엑스포 광장에서 봉헌한 기념 미사에서 “더는 하느님을 올려다볼 힘조차 없는 지침과 시련의 순간이 있다”며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미움이 아니라 사랑을, 무관심이 아니라 연민을,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배우자”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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