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데라바드대교구장 플라 추기경… 차별받는 달리트 신자 대변할 것으로 기대
인도 카스트 신분 제도의 최하층인 달리트(Dalit)에서 사상 처음 추기경이 탄생했다.
8월 27일 서임된 히데라바드대교구장 안토니 플라(Anthony Poola) 추기경이다. 달리트 출신 추기경 탄생은 인도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역사적 사건이다. 특히 교회에서조차 완전한 평등을 누리지 못하는 달리트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일종의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카스트는 힌두교 교리와 고대 인도 사회규범에서 나온 전통적 신분제도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브라만ㆍ크샤트리아ㆍ바이샤ㆍ수드라 등 4계급(신분)으로 나뉜다. 달리트는 이 4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최하층민이다. 가까이하면 부정을 타기 때문에 닿으면 안 된다고 해서 불가촉천민(untouchables)이라고도 불린다. 이 신분 제도는 21세기에도 인도인의 의식과 문화를 지배하며 온갖 불평등을 조장한다.
달리트 그리스도인들이 오랜 세월 교회 안에서조차 차별을 받아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6세기 서양 선교사들이 고아 지방에 진출해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달리트는 신학교 입학이 불허됐다. 서양 선교사들이 아니라 신자들이 “천민이 신부가 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학교 접근을 막았다.
달리트는 19세기부터 가톨릭과 이슬람 등으로 대거 개종했다. 힌두교의 차별과 사회 질서에 염증을 느끼던 그들은 복음에서 새로운 빛을 찾았다. 인도 주교회의 달리트 정책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도 신자의 64%가 달리트다. 하지만 달리트 출신 성직자가 수적으로 어느 정도 불어난 것은 최근 몇십 년 전의 일이다. 현재 인도의 주교 170명 중 달리트 출신은 11명이다.
그들이 교회에서도 차별받는 현실은 22년 전 마라움무트 조지 대주교 임명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교황청이 달리트 출신인 그를 히데라바드대교구장으로 임명하자 전임 교구장이 공개적으로 바티칸을 비난했다. 퇴임을 앞둔 전임자는 당시 UCAN 뉴스 인터뷰에서 “로마는 이곳 현실을 모른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억압받는 자들(달리트)을 억압하는 것으로 비치겠지만, 교구 사제의 95%가 조지 대주교 임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히데라바드대교구는 인도 중남부에 있다. 첫 달리트 추기경도 이곳에서 나왔다.
달리트 출신 추기경 탄생은 인도 교회에 크나큰 축복이다. 아울러 교회가 먼저 카스트 의식에서 벗어나 평등한 사회 건설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더욱 명확해졌다. 플라 추기경 입장에서는 ‘목소리 없는’ 달리트의 목소리를 더 충실히 대변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각의 우려를 무릅쓰고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은 그런 기대 때문일 것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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