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이 대화는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는 말씀으로 시작되죠. 여기서 ‘일어나라, 바라보라, 희망하라’는 세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가 대략 우리 나이였습니다. 은퇴해서 쉬려고 하는 나이지요. 그런데 그 늙은 나이에 새 출발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스카우트 대원에게 지시하듯이 일어나라! 일어나 가라고 재촉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지금은 삶을 닫아걸 시간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역사를 닫지 말라고, 역사를 정리해 묶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대신 우리의 역사는 아직도 열려 있다고, 사명이 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열려 있다고 하십니다.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를 두고 교회의 ‘노인통치’(Gerontocracy, 장로정치)라고 말합니다. 조롱하는 거죠. 그들은 자기들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늙어빠진 노인네가 아니라 할아버지들입니다. 손주들이 바라보는 할아버지들이죠. 우리의 경험으로 손주들에게 삶의 의미를 나눠 줘야 하는 할아버지들이라고요.
할아버지는 풋내기 시절의 우울한 감정에 갇히지 않습니다. 삶의 의미를 전해 주기 위해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나라! 바라보라! 희망하라!’는 명령은 ‘꿈꾸기’라고 불립니다. 우리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젊은이들에게 전해 주도록 부름 받은 할아버지들입니다. 젊은이들은 예언하고 주어진 과제를 해나가기 위한 힘을 우리의 꿈에서 얻어야 하기 때문이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할아버지가 되라고 요구하십니다. 젊은이들에게 줄 생명력을 잃지 말라고 요구하신다고요. 젊은이들이 우리에게서 그것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가 될 은총을, 꿈을 꿀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그리고 우리 꿈을 젊은이들에게 전해 줍시다.
이 기념일에 저의 죄에 용서를 청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형제적 동반에 감사드립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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