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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국내)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5)서울대교구 중계양업성당

참 빛 사랑 2016. 10. 20. 22:45

청동십자가 따라가 만난 아담한 하느님의 집


▲ 서울대교구 중계양업성당의 전경. 왼쪽 상단은 성당 지붕 위 청동십자가.




▲ 성전과 통일성을 이루기 위해 성체조배실도 백색 인조석으로 마감돼 있다.




프랑스 고고학회 회장이며 미술사학자인 알랭 에르랑드 브랑당뷔르는 성당을 ‘빛과 색이 있는 건축물’이라고 정의했다. 브랑당뷔르의 말처럼 아름다운 성당 건축물을 짓기 위해선 우수한 설계자와 빼어난 조적공과 미장공, 솜씨 있는 예술가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성당을 짓는 참 건축가는 바로 그 본당 신자들이다. 성당을 지을 빈터에 신자들의 기도로 만든 벽돌이 쌓아지고, 그들의 희생으로 빚은 성 미술품들이 공간을 채울 때 비로소 하느님의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당 건립하며 신자들 매일 묵주기도 바쳐

배추밭에 지어진 아담한 서울대교구 중계양업성당(주임 김주영 신부)이 아름다운 것은 3년 6개월간 신자들의 기도와 희생으로 손수 지은 성당이기 때문이다. 이 성당 터 안에 있는 모든 것에는 1년간 빈 병을 주어 모은 7만 원 돈을 봉헌한 할머니의 정성과 주일마다 폐품과 음식을 팔고,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성경을 필사한 신자들의 헌신적 희생이 배어있다.

불암산을 병풍처럼 두고 있는 중계양업성당은 아파트와 학교가 있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위압적이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다. 성당과 인도를 구분하는 얕은 담장엔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수목으로 꾸며져 있다.

중계양업성당에선 ‘돌’과 ‘청동’ 그리고 ‘나무’와 ‘색유리화’라는 전통적인 성당 건축 재료를 모두 볼 수 있다.

성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청동 성미술품을 만나다. 성당 지붕 위 청동십자가가 설치돼 있어 처음 방문하는 이도 성당 찾기가 어렵지 않다. 조각가 한진섭(요셉) 작가의 작품으로 사방 어디에서 보아도 똑같은 모양으로 멀리서도 성당을 알아볼 수 있다.



한국 순교자 현양 정신 담아

정문에 들어서면 본당 수호자인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청동상이 반갑게 맞아준다. 최태훈 조각가의 작품으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힘있게 걸어가는 최양업 신부를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최양업 신부의 주요 사목지였던 배티성지에도 설치돼 있다. 성당 출입문은 한국 교회에선 보기 드문 청동문으로 장식돼 있다. 역시 최태훈 조각가의 작품으로 좌측 문은 51가지 구약 성경 사건을, 우측 문은 52가지 신약 성경 주제를 담은 부조로 장식돼 있다. 좌ㆍ우측 둘의 성경 주제를 합치면 한국 순교 성인 103위와 같은 수다. 성당이 한국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있음을 상징으로 보여준다.

청동은 인류가 발명한 최초의 합금이다. 솔로몬 성전에서 사제들의 몸을 씻는 정결례 물을 담는 제기의 재료로 사용됐다. 중계양업성당을 찾는 이들이 청동십자가를 따라 성당에 들어서면 본당 수호자인 최양업 신부의 청동상을 만나고 청동문을 통해 성당에 입장하도록 꾸며놓은 것은 어쩌면 솔로몬 성전의 청동 정결례 물통처럼 성당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정결한 몸과 정화된 마음을 갖추라는 표지가 아닐까 싶다.

성당에 들어서면 색유리화가 성전으로 안내한다. 김남용 작가가 ‘성령으로 가득한 성당’을 표현하고자 만든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단순하며 중간중간 둥근 모양의 포인트를 주어 현대적 감각을 느끼게 했다. 작가는 이 둥근 원을 예수님의 생애를 추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색유리화 작품은 성전 양쪽 벽면 상단에도 절제된 형태로 장식돼 경내를 신비로운 빛으로 채운다.

김남용 작가는 성전 입구의 공간을 성령으로 채우기 위해 솔로몬 왕이 성전 지성소 문을 향백나무로 장식했듯이 원목 성전문을 만들고 오른편 고해소 문도 색유리화에서 보여준 성령을 다시 나타내 같은 모양의 그림으로 장식했다.



성전 내부 온통 하얀 돌로 꾸며

성전은 돌로 꾸며져 있다. 성당 내부 마감은 백색 인조석이다.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김송필 조각가가 직접 인조석을 제작해 하나하나 붙여 만들었다. 제대와 감실, 제대 십자가, 독서대, 해설대, 성수대, 사제석은 모두 통돌을 깎아 만들었다. 한진섭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익산 대리석으로 만든 이 성물들은 미사 전례의 장중함을 더해 준다. 아울러 성전 벽과 제단 모두를 하얀 돌로 통일해 미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조화를 꾀했다.

성전 내부가 빛을 상징하는 하얀색이어서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한진섭 작가는 성전 정중앙 제단 십자가와 양측 벽면 십자가의 길 14처를 검은색 대리석으로 장식해 화룡점정의 포인트를 줬다. 그러면서 영적 에너지도 함께 느끼게 했다.

성당은 단순히 아름다워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하거나 미사를 올릴 때 마음의 평화가 찾아들어 하느님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미술사가 고종희(한양대 실용미술과) 교수는 서울 중계양업성당에 대해 “그냥 지나친 구석이라곤 도무지 없는, 모든 것에 예술가의 혼이 배어있는 성당”이라며 “성당은 기도와 미사 전례를 통해 주님과 만나는 곳으로서 그 목적과 기능이 명확한 건축물인데 중계양업성당은 이같은 기능에 합당하게 지은 아름다운 성당”이라고 평가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