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믿음으로 지은 화강석 성당, 성체조배 기도처로 사랑받아
▲ 국가 등록문화재 제542호인 옛 김포성당은 1950년대 중반 화강석으로 지은
대표적인 교회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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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김포성당은 60년 전 신자들이 구호품을 팔아 모은 성금으로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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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체 성지로 지정된 옛 김포성당은 성체조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꾸며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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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교구가 한국 천주교회에서 처음으로 성체성지로 지정한 옛 김포성당은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조배하면서 하느님의 영적 은혜를 받는 치유의 기도처로 사랑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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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에 봉헌된 새 김포성당. 적벽돌 콘크리트조 건물이 옛성당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산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을 만나시는 특별한 장소다. 아브라함과 모세를 비롯한 구약 성경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산에서 하느님께 특별한 소명을 부여받았다. 신약 성경 복음서에서도 산은 언제나 하느님께서 특별한 방식으로 당신 사랑과 생명을 우리와 나누는 장소로 드러난다. 이 나눔이 절정에 달한 곳이 바로 성체성사가 제정된 시온산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있었던 골고타다.
경기 김포시 북변로 29-12 야트막한 동산에 자리한 김포성당은 신앙생활에서 산이 주는 특별함이 무엇인지 새삼 일깨워주는 장소다. 잣나무 숲과 장미ㆍ인동ㆍ으아리 꽃 덩굴이 우거진 동산에 우뚝 서 있는 옛 김포성당. 이곳은 인천교구가 한국 천주교회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성체성지’다.
옛 김포성당은 예루살렘 성벽 남서쪽 끝자락의 시온산을 연상케 한다. 시온산에서 예수님이 당신 안에 우리를 머무르게 하시고, 당신이 우리 안에 머무르고자 ‘생명의 양식’이 되셨듯이 김포성당은 예수님께 삶의 모두를 의탁한 가난한 신자들의 사랑과 열망으로 지어진 성당이기 때문이다.
60년 전인 1956년 12월 봉헌된 김포성당은 6ㆍ25 전쟁 이후 해외 원조 구호품으로 연명하던 고단한 시절, 신자들이 배를 주리면서까지 구호품을 아끼고 팔아 봉헌한 돈으로 지은 성당이다. 시온산의 예루살렘 성전처럼 하느님의 견고한 보호를 받기 위해 신자들은 화강석으로 성당을 지었다. 이 성당을 짓기 위해 김포의 신자들은 1년여 동안 곡괭이로 땅을 일구고 무거운 돌을 직접 날랐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고 싶고, 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싶도록 만든다”는 우리 시대 영성가 로시지 신부의 말처럼 주님 안에 머무르고 싶은 가난한 신자들의 소박한 염원이 이 성당을 우뚝 서게 했다.
고딕 양식 라틴 십자가(†)형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내부에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성당 정면부는 장식 없는 3개의 출입문으로 단순하게 처리돼 있다. 정면부 가운데 돌출된 종탑이 세워져 있다. 성당의 네 측벽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장식돼 있다. 제단 벽 상단 둥근 창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돼 있고, 그 아래에 열두 사도들이 늘어서 있는 커다란 감실이 자리하고 있다. 또 신자석과 바닥은 원목으로 꾸며 놓았다.
옛 성당 아래에는 1999년 11월 봉헌된 새 성당이 있다. 붉은 벽돌로 마감한 새 성당은 세월이 묻어 있는 회색빛 화강석의 옛 성당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새 성당 역시 옛 성당과 마찬가지로 내부 기둥이 없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한국 순교 성인 색유리화로 유명한 조완희(루카) 작가의 작품이다.
국가 등록문화재 제542호로, 2015년 11월 성체성지로 지정된 옛 김포성당은 치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조배하면서 온갖 영적 선물을 풍성히 받는 기도처로 사랑받고 있다. 성체성사를 제정하면서 “나를 기억하라”고 하신 예수님을 은혜로이 받아들이는 구원의 자리이다.
옛 성당인 성체 성지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에 미사가 봉헌된다. 문의 : 070-7391-7214, 성지 사무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