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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99세) 맞은 김창렬 주교 “한평생 예수님 목놓아 부를 수 있어 감사”

참 빛 사랑 2025. 3. 8. 13:51
 
김창렬 주교가 교구장이던 때 마지막으로 김 주교에게서 사제품을 받았던 한재호 신부가 큰 절을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슴에 간직해 온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초교구적으로, 나아가 국제적인 대회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한목소리로 장엄하게 불러보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3대 제주교구장이자 한국 교회 어른으로 주교와 사제들의 존경을 받아온 김창렬 주교가 올해 99세 백수(白壽)를 맞았다. 한국 교회 주교가 백수를 맞은 것은 윤공희 대주교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대한 감사와 찬미를 봉헌하는 감사 미사가 2월 22일 제주교구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거행됐다.

김 주교를 만나기 위해 성당을 채운 신자들은 그의 희망에 화답하듯 큰 소리로 예수님을 부르며 노래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김희중·정순택·옥현진 대주교 등 주교단도 함께했다. 김 주교는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섭리로 살아있는 동안 그의 자녀들이 예수님을 한목소리로 부르게 해주셨으니, 감사와 찬미를 드릴 뿐”이라고 기뻐했다.


 
제주교구 김창렬 주교가 2월 22일 백수를 맞아 열린 감사미사에서 신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제주교구 신자들이 김창렬 주교의 백수를 축하하며 성가를 부르고 있다.



휠체어 탄 채 입장

이날은 99세 주교를 교구민 모두가 축하하는 자리였다. 고령으로 거동이 다소 불편한 탓에 휠체어를 탄 채 주교단과 함께 입장한 김 주교는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의 부축을 받아 입으로 촛불을 불어 끄고, 케이크를 잘랐다. 직접 목소리를 내 감사 인사를 길게 전하진 못했지만, 손수 적은 인사말을 통해 신자들과 후배 주교·사제단에게 애정을 표했다. 사제와 신자들은 머리 위로 크게 하트를 만들고 “주교님,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신자들이 휴대폰 플래시로 만든 불빛이 성전을 채우며 김 주교의 말 그대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자리’가 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지금까지 주교님이 살아오신 모든 시간이 한국 교회에는 큰 선물”이라며 “스스로 ‘하느님의 어릿광대’라 칭하며 거룩하게 살아온 주교님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인사했다. 이용훈 주교도 “현 시대에 맞게 제주교구의 사목 체계를 수립하고,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활성화한 분”이라며 “현재 우리가 앉아있는 이곳 주교좌성당을 신축하고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성이시돌 목장의 은총 동산을 조성하는 데에도 열정을 다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구장으로 부임하실 당시 2만여 명에 불과했던 교구 신자 수가 은퇴하실 무렵에는 5만 4000여 명으로 증가하고, 교구 본당 수도 12개에서 23개로 늘었다”며 “교구 도약의 발판을 확고하게 마련하셨지만, 그럼에도 기도밖에 한 일이 없다고 말씀하실 만큼 늘 깊은 겸손을 드러내셨다”고도 했다.

김 주교와 인연이 있는 이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제주교구 여성연합회 정명숙(정혜 엘리사벳) 회장은 “주교님의 백수에 함께하는 이 시간이 교구 신자들에게는 축복이자 영광이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제주교구 김창렬 주교(가운데)가 2월 22일 백수를 맞아 교구장 문창우 주교(오른쪽)와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제주교구 발전 기틀 다져

1927년 1월 25일 황해도에서 태어난 김 주교는 서울 성신대학(현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해 1953년 8월 22일 사제품을 받았다. 서울 성신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퐁소 아카데미에서 윤리신학을 연구, 미국 뉴욕대학교 신문과에서 수학한 뒤 가톨릭대 교수와 부학장을 거쳐 의학부 부속 성모병원장을 겸임했다. 1969년에는 가톨릭대 학장을, 1973년 가톨릭중앙의료원장을 지냈다.

1983년 11월 21일 제3대 제주교구장으로 임명된 김 주교는 1984년 1월 26일 착좌해 18년 동안 교구를 이끌었다. 2002년 9월 2일 교구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기도와 묵상에 전념하며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최근에는 백수를 맞이해 기도와 묵상 중에 쓴 글을 모은 「사랑의 송가」를 출간했다.



하느님 손길은 계속

문창우 주교는 강론에서 “이사야서에서 하느님이 ‘늙어 늙고 백발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그리하고’(46,4)라고 말씀하신 구절은 단순히 나이가 든다는 의미를 넘어, 하느님 손길은 언제나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주님께서 주교님에게 주신 삶의 길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하느님의 계획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새로운 사명으로 이어지며, 주교님께서는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새로운 길을 걸어가실 것”이라고 축하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