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 참석한 양융챵(오른쪽) 주교가 2023년 10월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회의 시작 전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항저우대교구장에 현 저우춘교구장 양융챵 주교를 임명했다. 항저우대교구장을 교황청이 임명한 것은 195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이는 교황청과 중국 간 해빙 분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황청 공보실은 6월 22일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2일 중국 산둥성 저우춘교구장 양융챵 주교를 항저우대교구장으로 임명했다”며 “이번 인사는 교황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 4월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난 양융창 주교는 1987년 중국 지난신학교에 입학했고, 1995년 6월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2010년 저우춘교구 부주교로 임명돼 주교품을 받았고, 2013년 2월부터 전 교구장 마쉐성 주교에 이어 저우춘교구를 이끌어 왔다.
세계주교시노드에 참석
양 주교는 지난해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 참석한 두 명의 중국인 주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양 주교는 시노드 정기총회 참석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기총회 자리에 초대받은 것은 영광”이라며 “다른 지역 교회 사람들의 신앙 여정을 들으며 나의 신앙 여정을 공유하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 가톨릭 애국회(CPCA)는 1951년 교황청과의 단교 이후 지금까지 합의 없이 항저우대교구장을 임명해 왔다. 이에 교황청은 지난 2008년 당시 교구를 이끌고 있던 차오 샹더 대주교의 주교 서품은 인정하나, 그의 교구 관할권은 인정하지 않으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기도 했다. 2021년 차오 샹더 대주교가 선종한 후에는 교구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한편, 이번 임명으로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힘써온 교황청의 노력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교황의 방중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졌다. 바티칸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6월 2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직 성사 조건이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중국인들이 마음을 연다면 교황은 언제든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교황은 중국을 방문할 의향이 있고 실제로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협정 연장
파롤린 추기경은 올해 10월 만료를 앞둔 주교 임명 잠정 협정 연장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파롤린 추기경은 “협정과 관련해 중국과 오랫동안 대화해 왔다"며 “협정은 올해 말 갱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교황청은 2018년 중국 교회 주교 임명과 관련해 잠정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를 받아들였고, 중국 정부는 교황을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로 인정해 임명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을 부여해 왔다. 협정은 2년마다 갱신된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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