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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시노드, 교회가 주님의 목소리 더 잘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

참 빛 사랑 2023. 10. 17. 19:19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개막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OSV 제공

보편 교회 ‘함께 걸어가는 여정’ 돌입

“시노드는 정치적 모임이 아닙니다. 교회가 주님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가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개막 미사를 봉헌하고, 시노드 정기총회의 시작을 알렸다. 시노드에 참석하는 추기경단을 비롯해 주교, 사제, 평신도와 전문가 400여 명과 전 세계에서 찾아온 2만 5000명의 신자가 미사에 참여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에 개막한 이번 시노드는 2021년 각 지역 교회의 교구 단계 시노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대륙별 시노드를 바탕으로 준비된 제16차 시노드 정기총회 첫 회기다. 대의원에 해당하는 시노드 참석자 364명은 29일까지 약 한 달간 총회를 위해 마련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안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교회 현안을 놓고 대화와 경청하는 대장정을 이어간다. 보편 교회 차원의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돌입한 것이다.

교황은 개막 미사 강론에서 “정치적 계산이나 이념적 싸움이라는 시각을 버리고 시노드를 바라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로마에 모인 것은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며, 교회를 바라보는 하느님의 뜻을 식별해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것이 시노드의 목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를 통해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했다. 교황은 “이번 시노드의 주요 임무는 우리의 시선을 하느님께 다시 집중하고 인류를 자비롭게 바라보는 교회, 일치하고 형제애를 실천하는 교회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며 “시노드적인 대화를 통해 주님의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볼 수 있으며 주님과의 일치와 친교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또 “지치고 억압받는 이들을 환대했던 예수님의 시선을 이해한다면, 관습적이고 미적지근하게 세상의 흐름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경직된 교회가 되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견 나누는 것보다 경청에 더 집중

미사 직후 바오로6세 홀은 가톨릭교회의 커다란 시노드 현장이 됐다. 교황청은 이번 회의를 위해 모든 테이블에 화상 카메라와 모니터, 마이크를 마련해 말하는 이를 잘 경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교황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원탁 테이블에 나란히 둘러앉아 시노드를 위한 기도를 바친 뒤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했다.

이번 1회기에는 교회 내에서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 관련 사안, 이혼ㆍ재혼한 이에 대한 환대 문제, 전례의 토착화 등 첨예한 주제들이 포함돼 있다. 전체적으로는 시노드 주제인 △친교 △참여 △사명의 세 가지 핵심 질문 안에서 구체적인 교회적 사안들을 대화하고 경청하게 된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참석자들이 4일 바오로6세 홀에서 열린 시노드 총회에서 교황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OSV 제공

교황은 총회를 시작하며 “이견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용기를 갖고, 의견을 나누는 것보다 경청에 더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노드 과정은 쉽지 않지만, 매우 아름답다”면서 “의견의 차이가 드러날 것이고, 서로 동의가 어렵다면 그들의 얼굴에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시노드의 목적이며 이는 곧 진실을 말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교황은 “시노드는 당파에 따라 반대 정당의 의견을 토론하거나, 찬반 투표를 하는 의회가 아니며,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도 아니다”며 “외부에서 교리에 관한 여러 가설이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보편 교회가 잠시 멈추고 지금 일어나는 일에 경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노드가 언론들이 주목하는 단편적인 정보와 단순한 합의 과정과는 다르다는 점을 다시금 피력한 것이다.

아울러 교황은 영적 분위기를 위해 ‘침묵’을 당부하며 “대중의 말을 금식할 것”을 요청했다. 실제 이날 배포된 시노드 규칙에는 각자의 표현 자유를 보장하되, 진행 과정에서 나온 의견에 대한 기밀 유지를 당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0~12명씩 35개 소그룹 토론 진행

이튿날인 5일에는 첫 소그룹 토론이 진행됐다. 소그룹 토론은 10~12명씩 35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동시통역은 영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가 제공됐다. 각 그룹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사명, 참여’란 대주제 아래, 교회가 일치의 표징이자 도구가 되는 방안과 선교적 교회를 만드는 구조, 제도 등을 대화하고 식별했다.

교황은 시노드 1회기가 마무리되는 29일 의안집 형태의 문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 장관은 “논의된 내용을 10월 말쯤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최종 문서는 교회가 당도해야 할 도착점을 밝히는 문헌이 아니라, 우리가 가고 있는 여정을 나타내는 문서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편 교회의 미래와 더불어 내년 10월 열릴 2회기를 향한 과정 등이 담길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