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훈장 수여… “적군 위해서도 기도한 사랑 영원히 기억”
‘한국전쟁의 성자’로 불리는 미국인 군종 사제 에밀 카폰(1916~1951) 신부가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에밀 카폰 신부에게 태극무공훈장을, 호주 참전용사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했다. 훈장은 카폰 신부의 조카인 레이먼드 카폰이 대리 수상했다.
문 대통령은 “카폰 신부는 부상자를 돌보고 미사를 집전하며 적군을 위해 기도하는 지극한 사랑을 실천했다”며 “포로가 된 극한 상황에서도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카폰 신부의 정신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군종교구 김창중 신부 사회로 진행된 훈장 수여식에는 에밀 카폰 신부의 유족을 비롯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주한 교황청 대사대리 페르난도 레이스 몬시뇰, 폴 라카메라 유엔군 사령관과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 국가보훈처장 등이 참석했다.
염 추기경은 “에밀 카폰 신부님께서 태극무공훈장을 받으신 것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 땅에서 전쟁 중 목숨을 바친 분들, 특히 먼 이국땅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참전한 유엔군 청년들의 고귀한 죽음을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폰 신부의 유해는 지난 3월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 매장돼 있던 신원불명 6ㆍ25전쟁 전사자 묘역에서 DNA 대조 등을 통해 선종 70년 만에 최종 확인됐다.
1916년 태어난 카폰 신부는 1940년 사제품을 받았고 1950년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에 파견됐다. 그해 11월 평안북도 운산에서 중공군에 포위됐고 철수 명령이 떨어졌지만 포로로 잡힐 것을 각오하고 부상자들과 남았다. 평안북도 벽동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돼서도 지극한 사랑으로 동료를 돌보며 선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열악한 수용소 환경으로 폐렴에 걸려 1951년 5월 숨졌다. 카폰 신부는 “나를 위해 울지 않아도 된다. 항상 가고 싶었던 곳으로 가는 것이며 도착하면 여러분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카폰 신부의 이야기는 1954년 출판된 책 「종군 신부 카폰 이야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956년, 당시 신학생이던 故 정진석 추기경이 이 책을 번역해 「종군 신부 카폰」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 3월 병상에서 카폰 신부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 서문에 구술로 내용을 추가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폰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했다.
앞서 교황청 시성성은 1993년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한 바 있다. 카폰 신부의 출신 교구인 미국 위치타교구는 현재 카폰 신부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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