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에 반대하되, 일부 예외성을 인정했던 가톨릭교회 교리가 사형제 ‘절대 불가’로 바뀌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사형에 관해 서술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2267항 중 사형제 존치의 여지를 남겨둔 문구를 아예 삭제하고 “복음의 빛에 비춰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시한 수정 내용을 2일 공개했다.
수정 조항은 그 이유를 △오늘날 매우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범죄자의) 인간 존엄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증가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형사상 제재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겨나고 △시민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범죄자의 자기 구제 가능성을 박탈하지 않는 효과적인 구금 체계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사형에 반대하지만, 그에 관한 교리상의 표현은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다.
1992년 발행된 라틴어 표준판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몇 가지 전제를 달고 “유일하고 가능한 방법이 오로지 사형뿐이라면, 사형에 의존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사형제 없이도 국가가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피고를 사형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는 사건은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그동안 교회 내의 사형제 찬성론자들은 이런 표현을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번 교리 수정은 사형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령 「신앙의 유산」 반포 25주년 기념 연설에서 “모든 교리와 가르침의 본질은 변함없는 사랑을 지향해야 한다”며 사랑의 빛으로 사형제를 새롭게 비춰볼 것을 주문했다. 또 “하느님 말씀은 벌레로부터 보호해야 할 오래된 담요처럼 나프탈렌(좀약)을 넣어 보관할 수 없다”는 인상적인 말로 복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했다.
이어 교회가 과거 종교 재판과 이단자 처벌 때 사형을 선고한 과오에 대해 “사회적으로 미성숙하고 방어 도구가 부족해 그런 극단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자. 그런 수단들이 그리스도교적 사고방식보다 율법주의적 사고방식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을 재인식하자”고 호소했다.
3년 전 국제사형반대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하느님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용서를 구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아들의 귀환을 기다리시는 아버지”라며 “심지어 살인자조차도 개인적 존엄성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17년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국에 불과하고, 106개국은 사형제를 전면 폐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다. 우리나라는 형법상 사형제가 남아 있지만, 20년 넘게 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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