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의 북녘을 바라보는 성모상 앞에서 한 모자가 기도하고 있다.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해 무엇보다 기도의 연대가 절실한 때이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실향민 2세인 이진아(보나, 45)씨. 태풍전망대에서 보이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도연리(현 강원도 철원군 적동리)가 아버지의 고향이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북한이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고향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죠. 그런데 초등학교에 가니 아무도 통일돼야 한다는 얘기를 안 하는 거예요. 통일 얘기를 하다가, 친구들에게 ‘빨갱이’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그래서 전 아이를 키우면서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를 함께 보며 자연스럽게 통일에 관심을 갖도록 했어요. 통일 교육, 평화교육은 결국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분단 72년, 남북 간 이념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다. 남남갈등까지 겹쳤다. 심지어 성직자들에게 “종북 딱지를 스스럼없이 붙인다”고 이기헌(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주교가 한탄할 지경이다. 민족 화해와 일치의 여정은 ‘더 멀어진’ 느낌이다. 그렇다면 민족 화해와 일치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정세덕 신부는 “사랑하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 처럼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화해도, 용서도, 일치도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민족 화해와 일치는 세상의 눈,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신앙의 눈, 복음의 잣대로 바라봐야 하고, 그러한 사랑의 마음이 싹틀 때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기도가 중요하다. 한국 교회는 2015년 분단 70주년을 맞으며 기도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밤 9시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기로 했다. 휴전선 접경 의정부교구에선 여전히 기도 운동에 열심이다. 18일 최전방과 가까운 전곡본당(주임 김봉규 신부)을 찾았다. 올해 1월 본당 차원의 ‘민족화해분과’를 결성한 데 이어 매달 둘째 주 금요일엔 민족 화해와 일치를 지향으로 한 월례 미사를 봉헌하고 민족 화해 특강도 마련한다. 밤 9시마다 바치는 민족 화해 기도는 전 공동체가 참여한다.
강성숙(바리아, 51) 민족화해분과장은 “처음엔 어떻게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민족화해분과원들과 가정에서부터 ‘화해’를 시작했다”면서 “민족화해 하면 종북으로 오해하던 남편과 가족들이 이제는 민족 화해 기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민족화해분과위원 유월근(루치아, 57)ㆍ이정희(마리아, 57)씨는 “초등학교 때 배운 노래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데, 아직까지 분단이 이어지고 있다”며 “민족 화해와 일치, 협력은 가정 내에서의 올바른 교육과 실천이 앞서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2010년 5ㆍ24조치 이후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7년 넘게 중단돼 있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간 교류의 물꼬가 조금씩 터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 땅에 펼쳐지도록 신앙 안에서 기도를 통해 마음을 모으고,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민족 화해를 실천해 나가며, 남북 교류를 통해 평화의 지평이 넓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교구종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개원 60주년 새 슬로건 (0) | 2017.07.10 |
---|---|
7·8월 두 달간 야외 수영장 개장, 한마음청소년수련원, 시설 확충 (0) | 2017.07.08 |
‘생활다시보기’ 훈련, 소공동체 성공의 열쇠 (0) | 2017.06.18 |
레지오 60돌, 대전교구 ‘평화의 모후’ 레지아, 대구대교구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 (0) | 2017.06.18 |
‘생활다시보기’ 훈련, 소공동체 성공의 열쇠 (0) | 2017.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