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물보다 낮아지지 않으면 흐르는 물을 받을 수 없다. 돈 버는 일은 기업을 하는 목적 중 하나다.
(주)강림CSP 대표이사 임수복(프란치스코, 68, 부산 우동본당) 회장은 돈을 물에 비긴다. 그래서 돈을 벌려면 낮아지지 않으면,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겸손을 바탕으로 강림CSP를 일구었다.
(주)강림CSP는 무계목(無繼目) 강관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물류회사. 무계목 강관이란 용접으로 이어붙이지 않고 쇠를 늘려서 만든 파이프로, 고강도의 쇠 파이프가 필요한 조선업을 비롯해 석유화학, 발전 시설, 해양 플랜트 등에 주로 사용된다.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 내 3만 3000㎡(1만 평) 부지에 세워진 강림CSP 본사 물류창고는 가로 100m 세로 200m 크기로 3만t의 물량을 비축할 수 있어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무계목 강관의 국내 최대 공급 업체이기도 하다.
임 회장이 회사를 세운 것은 1976년, 10년 넘게 다니던 철강회사를 그만두고 강림파이프상사를 설립했다. 당시 국내 조선소들은 선박 건조에 필요한 강관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물품을 제때에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비용도 비쌌다. 만일을 대비해 20%가량 여유분을 비축해 놓다 보니 불필요한 손실도 있었다. 임 회장은 이런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철강 회사 직원으로 일본에 자주 출장을 다니면서 일본에서는 강관 공급을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보면서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제때에 신속하게 공급하는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거래 회사들은 강림파이프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적기에 제공받음으로써 직접 일본으로 가서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었고, 강림파이프는 여러 회사의 요청을 받아 자재를 한꺼번에 구입해 부대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적시에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거래 회사들과 신뢰 관계가 조성됐다. 이렇게 해서 회사는 계속 성장했고, 2000년 강림CSP로 상호를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물론 회사가 순탄한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특히 초창기에는 자금난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돈이 없어 새벽마다 은행지점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애걸하는 일을 숱하게 했습니다.”
낮은 자세로 엎드렸다. 남들보다 열심히 뛰었고, 정직하게 대했고, 성실하게 노력했다. 강림CSP를 있게 한 원동력인 셈이다. 공장에 견학 오는 예비 CEO들에게 임 회장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덕목도 겸손과 성실과 정직이고, 직원들에게도 당부하는 것 또한 겸손이다. 그는 겸손은 곧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이 돈 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직원 복지와 사회 공헌은 기업의 책무이기도 하다. 임 회장은 직원 복지, 특히 직원들의 건강에 대해 각별히 챙긴다.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임직원 자녀의 학자금을 전액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1회 종합 건강검진을 시행한다. 부산의 한 병원을 1차 진료병원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을 2차 진료병원으로 지정, 직원과 가족들이 바로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매년 30만~50만 원의 건강 지원비를 제공한다. 직원 식당의 식단은 유기농 식단으로 꾸며 유기농 음식을 제공한다.
이 유기농 식단은 임 회장이 운영하는 강림자연농원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식품들로 채워진다. 임 회장은 20여 년 전부터 유기농에 뜻을 두고 고향인 밀양에 강림자연농원을 열었다. 유기농 식품 가공으로 2004년 신지식 농업인에 선정되기도 한 임 회장은 최근에는 한 대학 연구 기관과 협업해 유기농 들깨로 순식물성 오메가-3를 개발하는 데 성공,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다.
유기농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임 회장 자신의 건강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그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2004년 폐암 수술을 하는 등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는 폐암 수술을 하고 난 2004년 말에 세례를 받았다. 지난 2월에는 부산교구 가톨릭경제인회 회장을 맡았다.
“아내가 학생 때부터 열심한 신자여서 결혼은 관면 혼배로 했지만 저는 이후에도 성당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절에 다니셨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성당에 나가겠다며 게으름을 피웠지요. 그러다가 폐암 수술을 받고 나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를 받고 나서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제게는 과분한 은혜였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후로 감사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인으로서는 아직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강림장학재단과 강림문화재단은 임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고 만든 재단들이다. 지난 2005년 지역 청소년들 특히 보호 관찰 대상 청소년을 위해 3억 원으로 시작한 강림장학재단은 이제 20억 원으로 기금이 늘었고, 해마다 2~3억 원을 청소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지역 문화 발전과 청소년 정서 함양을 위해 2011년 시작한 강림문화재단은 기금 50억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 회장은 40년 기업을 해오면서 많은 후배 직원들을 CEO로 양성했다. 지역 내 동일 계열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들의 절반가량이 임 회장에게서 배운 이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관학교 교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임 회장이 이들 후배 기업인들이나 예비 CEO 등 기업을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한결같다. ‘필연은 어느 날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나니 늘 성실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살라’는 것과 ‘잘난 척하지 말고 겸손하게 바보같이 살라’는 것이다. 임 회장에게는 이런 모습이 묻어난다.
글·사진=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신앙인의기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신앙 나의 기업](9) 임영진 요셉·김미진 아녜스 부부 성심당 대표 (0) | 2016.10.03 |
---|---|
[나의 신앙 나의 기업] (8) 김현조 스테파노 (주)일신밸브 대표이사 (0) | 2016.10.03 |
[나의 신앙, 나의 기업](6) 김인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서광하이테크 대표이사 (0) | 2016.09.26 |
[나의 신앙 나의 기업](5) 최상준 다니엘 (주)남화토건 대표이사 (0) | 2016.09.26 |
[나의 신앙 나의 기업](4) 김강희 비오 (주)가치 대표이사 (0) | 2016.09.26 |